▲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기원전 7세기에 탈레스가 ‘세상은 물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 후 많은 그리스 학자들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 철학자’라 부르는 수많은 학자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탈레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던 이들중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이 원자라고 하는 작은 알갱이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고,엠페도클레스는 세상이 물,불,공기,흙 등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으며,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 에테르를 더하여 5가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의 지식으로 보자면 데모크리토스는 화학자,수에 관심을 가진 피타고라스는 수학자,사람의 몸과 질병에 관심을 가진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자로 최초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은 학문을 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가진 것일 뿐이었다.

19세기에 영국의 돌턴은 데모크리토스보다 발전된 원자 이론을 정립했다. 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같은 원소의 원자들은 크기와 질량,모양이 같으며,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원자는 변하거나 새로 생기거나 소멸되지 않으며,화합물은 서로 다른 원자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돌턴이 정립한 원자에 대한 이론은 지금도 중고등학교에서 물질의 화학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앞의 두 가지가 잘못되어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원자는 쪼개질 수 있고,같은 원소라 하더라도 질량이 다른 것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원자에서 전자를 제외한 핵이 분열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 핵폭탄이고,이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E=mc2이라는 식에 따르면 질량의 변화를 수반하게 되므로 18세기 말에 프랑스의 라부아지에가 발견한 ‘화학반응의 전후에서 반응물질의 전질량과 생성물질의 전질량은 같다’는 질량보존의 법칙도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지금도 간단한 화학반응에서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질량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저울은 존재하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은 대단한 통찰력으로 에너지가 미세한 질량의 차이에 의해 발생함을 알아냈고,이것이 과학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결과가 되었다.

과학에서의 진리는 그 당시의 수준을 반영한 진리일 뿐,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 것이다.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믿음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에 따르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진리였지만 1543년에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잘못되었음이 밝혀진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를 굳게 믿기보다는 겸손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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