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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강릉의 화상을 보며

최동열 2017년 06월 12일 월요일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강릉은 언필칭 소나무 고장이다.가만히 보면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참 멋지다.산과 들에 작품이 널려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필자는 대관령 등산을 자주 하는데,대관령 옛길의 또 다른 지맥인 제왕산 등산로를 오르다보면 “야 멋지다”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등산로 주변 곳곳에 즐비하다.그 수세(樹勢)가 어찌나 곧은지 멀리서 보면 굵은 대나무로 착각할 정도다.산 정상 즈음에 도달하면 나무들은 뒤틀리고 꼬이면서도 수백년 풍상을 이겨낸 낙락장송으로 변신한다.

강릉사람들은 이런 소나무를 무척이나 아끼고 자랑스러워 한다.대관령 아래 성산면 임경당(臨鏡堂·도 유형문화재 제43호)에는 400여년 전에 소나무 숲을 애지중지 가꾼 집주인 김열(金說)의 부탁을 받고 율곡 선생이 소나무 숲 보호에 교훈과 경계의 글로 남긴 ‘호송설(護松說)’ 현판이 걸려있다.더 나아가 옛날 강릉사람들이 소나무 보호를 위해 ‘송계(松契)’라는 계 모임까지 만들어 활동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고문서(상소문)도 존재한다.110여년 전 문서를 공개한 장정룡 강릉원주대 교수는 “‘송계가 마을 마다 풍속이 되었다’는 표현으로 미뤄볼 때 강릉지역 전체가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국내 첫 자연휴양림이 대관령에 만들어진 것도 소나무 숲의 산림자원이 그만큼 우수하기 때문이다.대관령은 400㏊에 달하는 국내 최고 금강소나무 숲을 가진 ‘소나무 성지’이다.산림청과 문화재청은 협약을 맺어 284㏊를 문화재 복원용 숲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마을마다 사철 푸른 소나무 쉼터 한두개 쯤은 가지고 있는 곳이 강릉이고,시내 진입 관문의 가로수 또한 소나무이니 ‘솔향 강릉’이라는 이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솔향 강릉’이 심한 화상을 입었다.지난 5월 산불로 252㏊가 잿더미가 됐다.37세대 80여명의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었다.‘평창동계올림픽’ 대사(大事)를 앞두고 소나무 도시의 경관 보호를 위해 “산불을 조심하자”고 누차에 걸쳐 다짐하고 경계했지만 야속한 봄바람,‘양강지풍(襄江之風)’의 고비를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피해가 집중된 성산면과 홍제동 일원은 ‘솔향 강릉’의 심장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율곡 선생의 호송설 현판이 걸려있어 소나무 고장의 상징적 유산으로 통하는 임경당도 위험천만한 위기를 넘겼고,주변 숲이 적지않게 불탔다.동계올림픽을 불과 240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고속도로 나들목 등의 ‘올림픽 동선’에 피해가 집중된 것도 아프고 쓰리다.

공교롭게도 지금 강릉시 청사는 18층 높이로 인해 산불 참상을 가장 잘 목도할 수 있는 조망처가 되고 있다.최근 이재민 돕기 성금 기탁을 위해 시청을 찾았던 ‘동해회’ 기관장들도 산불 피해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평지 눈높이에서는 드문드문 감춰져 있던 산불 피해림의 흉한 상처가 적나라하게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강릉의 솔숲을 사랑하는 그대들,오늘 시청사에 한번 오르기를 권한다.신음하는 솔향의 상처를 보고,호송(護松)의 각오를 다시 다잡기를 권유한다.말이 나온김에 산불 피해목을 몇개 가져다가 대관령 옛길 등산로 입구에 산불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조형물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보다 먼저 올 겨울에는 눈이 적당히 내려줬으면 좋겠다.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촌에서도 산불의 흉한 상처가 고스란히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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