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공연 틀을 깨다
공간체험형 공연
고성 왕곡마을·평창 봉평면 일원
‘하늘과 바람과…’·‘메밀꽃…’ 연극
실내 벗어나 자연 조화 몰입도 높아

▲ 최근 고성 왕곡마을에서 펼쳐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이 새로운 공간체험형 공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유란
▲ 최근 고성 왕곡마을에서 펼쳐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이 새로운 공간체험형 공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유란
기존 공연의 시간,장소,형식을 파괴한 개성있는 공연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출근 전 즐길 수 있는 모닝콘서트,직장인들을 위한 ‘정오의 음악회’,관객참여형 연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틀을 깨는 문화예술공연의 신선한 바람은 관객층 확대뿐 아니라 공연문화의 새로운 실험정신이 시도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8시 땅거미가 내려앉은 고성 왕곡마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劇)’이 기존 공연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광경으로 펼쳐졌다.특별한 무대 없이 배우와 관객이 윤동주 생가와 모습이 흡사한 고성 왕곡마을 전역을 돌며 떠들썩하게 극을 만들어갔다.보름달과 별은 이날 공연의 조명이 됐고 개구리와 풀벌레 소리는 음향이었다.관객은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왕곡마을에 내려앉은 윤동주를 오감으로 만끽했다.숨죽여 공연을 관람하기만 하던 기존 공연무대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도립극단의 퓨전코믹극 ‘메밀꽃 필 무렵’.
▲ 도립극단의 퓨전코믹극 ‘메밀꽃 필 무렵’.
이날 공연에 참여한 이슬기(28·서울)씨는 “공간체험형 공연은 처음인데 극에 맞는 실제 배경 속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이동하며 만들어가는 공연이라 기존 공연보다 몰입도가 훨씬 높았다”며 “쏟아지는 별 속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윤동주를 느낀 오늘 공연의 여운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고정된 실내공간의 틀을 깬 공간체험형 공연은 우려와 달리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새로운 공연장르로 시도되고 있다.전통적인 공연장을 벗어나 관객이 있는 곳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찾아가는 공연’도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는 물론 각 지역의 문화재단,예술단체 등이 학교,시장,병원 등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도립극단은 지난해 이효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퓨전코믹극 ‘메밀꽃 필 무렵’을 극의 배경 장소인 평창 봉평면 메밀꽃밭 위에서 ‘진경 연극’으로 선보여 관객에게 극의 정서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다.

▲ 춘천시립합창단의 '휴가다 모닝콘서트'.
▲ 춘천시립합창단의 '휴가다 모닝콘서트'.
모닝콘서트-브런치 공연

점심시간·출근전 활용 문화생활
최근 직장인·주부 호평 흥행 예감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주로 진행되던 공연 시간을 탈피한 공연도 사랑받고 있다.흔히 ‘마티네’라 불리는 낮에 펼쳐지는 공연은 주부와 어린이는 물론 점심시간을 활용한 직장인에게도 주목받으며 점차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춘천시문화재단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다양한 아티스트를 초청해 선보이는 정오의 음악회 ‘라 시에스타’(La Siesta)는 4년째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오전 11시 해설과 다과가 함께하는 춘천시립교향악단의 ‘브런치 콘서트’,춘천시립합창단의 ‘휴가다(休歌茶) 모닝 콘서트’도 새로운 형태의 ‘관객 맞춤형 공연’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평창 알펜시아도 지난해 관광객을 위한 ‘브런치 콘서트’를 운영해 인기를 모았다.

특히 원주에서 활동하는 극단 노뜰은 오는 18일까지 청년플랫폼 청년마을에서 낭만비극 ‘하녀’를 앵콜공연하면서 관람과 숙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1박2일 패키지상품을 4만원에 선보이고 있다.

▲ 문화강대국이 최근 관객참여형 토크콘서트로 선보인 ‘나’ 공연.
▲ 문화강대국이 최근 관객참여형 토크콘서트로 선보인 ‘나’ 공연.
관객참여형 토크콘서트

단순 보는 행위 넘어 능동적 참여
토크콘서트 '나' 출연진 대화 인기


단순 시·공간 변경을 넘어 장르를 융합하거나 관객 참여형으로 선보이는 형식 탈피 공연도 눈에 띈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음악과 미술의 컬래버레이션 공연 ‘터치뮤지엄’을 통해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는 색다른 공연을 선보였고 춘천 다원예술전문법인 문화강대국은 이달 초 관객참여형 토크 콘서트 ‘나’를 공연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이날 공연은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콘서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펼쳐져 재미를 더했다.문화강대국은 오는 17일 오후 2시 축제극장 몸짓 야외공연장에서 마술,국악,밴드 음악,뮤지컬,광대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다장르 축제형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황헌중 도립극단 예술부장은 “기존 공연의 형식을 벗어난 공연은 준비하는 데 훨씬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공연 관객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틀을 깨는 색다른 공연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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