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호열   춘천아파트입주자대표   회의연합회 사무총장
▲ 권호열
춘천아파트입주자대표
회의연합회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새 정부는 이처럼 국민의 행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동주택 관리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정책을 펼칠 것인가? 새 정부의 대선공약집을 보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노력은 보이나 공동주택 관리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입대회) 회장을 지낸 현장경험에 따르면 3가지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시급하다.

첫째,입대회 구성원들의 아파트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아파트관리 업무는 공동주택 관련 법령,관리 및 회계,전기 및 소방 등 다양한 지식과 실무적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연간 4시간의 입대회 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나 입대회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의 확대와 함께 입대회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도서관, 입대회 대표들이 서로 교류하는 포럼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둘째,소통과 배려의 아파트 문화가 확산되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하여 주거 밀도가 높으므로 입주자 간 사소한 의견 충돌이 쉽게 법정다툼으로 번지거나 간혹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일부 입주자가 관리소 직원에 대해 도를 넘는 비인격적 모욕을 가한 사건은 언론 보도된 것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를 해결하려면 바람직한 아파트 문화 사례에 대한 발굴 및 홍보, 그리고 최소한의 아파트 입주자 에티켓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셋째,입대회가 의도하지 않은 일로 예기치 않게 처벌 받는 일 없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입대회 구성원은 아파트 관리의 핵심성공요소이지만 선출직 무보수 자원봉사자로서 아파트관리실무의 전문가는 아니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전문 업체에게 맡기는 위탁관리에서는 아파트 관리 현안에 대해 관리소장이 준비한 기초자료에 근거하여 입대회가 의결하면 관리소장은 다시 이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문제는 입대회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도 만일 관리소 직원이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잘못된 자료를 제공하면 의결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입대회가 지게 되고 결국 관련 법령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불명예스러운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일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죽음의 경주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감옥에 갇힌 죄수로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최종적으로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죽음의 경주에 참여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좋은 아파트로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입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불명예 사퇴를 강요받는 죽음의 경주 속에서 사투를 벌이도록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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