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용   춘천시장
▲ 최동용
춘천시장
며칠 전,아침에 읽는 신문 1면 톱기사 자리에 두 장의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한 장은 어느 시골 학교의 1960년대 운동장을 가득 메운 운동회 모습,다른 한 장은 같은 학교인데 거의 텅 빈 모습이었다.그 기사는 ‘학교 운동장이 이렇게 비어갑니다’라는 제목으로,한 때 3000명 가까이 되던 학생이 지금은 200명이 채 안되게 줄어든 현실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심각한 인구절벽 문제를 부각시켰다.그 보도의 요지는 올해 학령인구가 1960년대에 비해 거의 반으로 줄면서 미래 성장동력이 급속하게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작은 도시,한 초등학교의 현실은 남의 얘기가 결코 아니다.춘천시 인구는 1960년대와 비교해서 11만2000명대에서 28만4000명대로 배가 훨씬 넘게 늘었는데,오히려 초등학교 학생수는 2만1000명대에서 1만4000명대로 줄었다.실제로 춘천의 노인인구는 꾸준히 늘면서 현재 15%대에 이르고 있다.고령화를 넘어 이미 초고령화사회 전단계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이다.춘천시 인구는 최근 2년간 5000여명이 늘었다.당장은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다.허나 마냥 좋아할 수만 없다.문제는 인구 구조다.지금처럼 아이들이 줄면 오래지 않는 장래에 도시는 존폐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별반 자원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사람과 교육으로 큰 나라이다.곧 사람이 국가발전의 핵심 자원이다.지역도 마찬가지다.태어나는 아기가 줄면 커서 일하는 인구가 적고,경제인구가 감소하면 전체 소득이 줄고,소득이 줄면 소비가 줄고 생산 또한 감소하고 투자와 일자리가 함께 감소하는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진다.

저출산 문제는 사실 민선6기 출범부터 고민해 온 사안이다.의지만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예산,행정조직의 재편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다.시민적 공감대도 조성돼야 한다.여러모로 검토를 해 오다가 작년 하반기에,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관련 부서장을 이끌고 우리나라 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몇몇 자치단체 사례를 연수하고,시정 자문기구인 행복도시춘천만들기위원회를 비롯,여러 경로로 의견을 수렴했다.그렇게 기본방향을 세워서 올해 초 보육선도도시 조성 구상을 발표했다.보육선도도시는 말 그대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이다.그 핵심은 일과 보육이 함께 가능한 여건을 만들고 경제적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일 게다.

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부터라도 지자체가 임신에서 출산,보육,교육에 이르는 전과정을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구체적인 방안이 지난 3월 발표한,생애주기별 지원시책을 담은 보육선도도시 마스터플랜이다.그 계획 중에 13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고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 지원 시책이 들어 있다.고등학교 무상급식은 그 타당성을 놓고 수차례 논란이 됐던 사안이었지만,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돼서 실행 시책에 포함시켰다.춘천시는 무상급식을 염두에 두고 로컬푸드공급지원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우리 아이들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질 좋고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농업인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는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무상급식에 예산을 투자하면 학교시설 개선 지원금이 줄어서 교육환경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걱정할 수 있겠으나,조례 개정을 통해 교육경비 지원비율을 지방세 수입의 5%에서 7%로 높였다.현재 연 70억원 규모에서 1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그렇다고 어르신,장애인 등 다른 취약계층 복지가 위축되는 건 아니다.춘천시의 지방세 징수액이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 경기 부양 등으로 2년간 비율로는 30%,금액으로는 670억원 정도 늘었다.재정 여건을 분석해서 결정한 사안이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선심성 복지 확대는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어릴 적,어머님께서 모든 건 사람이 하는 거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사람이 제일 귀하다는 가르침이셨다.아무리 아름다운 도시라도 사람이 없으면 잡초가 주인이 되지 않겠는가.그러니 보육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아이를 낳고 키워서 이 도시를 계속 이어가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시장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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