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유명한 강연,‘점을 잇는 것 (Connecting the dots)‘이 있다.‘점을 잇는 것’이란 “젊은 시절 다양한 것들에 매료되어 점(點)처럼 찍어왔던 많은 경험들이 나중에 돌아보니 하나의 선(線)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경험은 좋은 대로 나쁜 경험은 나쁜대로 축적되어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들이 오롯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논문이나 책을 쓸 때 뒤에 흔히 레퍼런스를 단다.레퍼런스란 인용한 글 귀의 출처를 밝히기 위한 참고도서의 목록인데 레퍼런스가 많으면 많을 수록 박학한 책으로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그 만큼 다양한 의견이 고려되었다는 판단과 신뢰 때문이다.솔직히 책만 레퍼런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개인에게도 살아온 경험이나 가치관 인간관계 등 하나 하나의 경험들이 모아져 삶의 레퍼런스가 되어 그 사람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다.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저자 정진홍은 ‘내가 가진 레퍼런스의 두께는 곧 나의 두께이다.우리는 자신의 레퍼런스만큼 이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살아간다’라고 말한다.저자가 말하는 개인마다의 레퍼런스라는 것은 학력 경력은 물론 도덕성 가치관 정체성등 아마도 개인마다 삶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추측 해본다.결국 레퍼런스의 두께는 사람들 각자의 모든 것이 함축된 총체적 역량의 두께인 셈이다.

새 정부 인선이 발표되고 있다.대다수 ‘진보성향’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스토리텔링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인생사 새옹지마를 일깨우는 사람 박대통령에게 나쁜사람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사람 재벌 저격수라는 닉네임을 가진사람등 면면이 다양하다.일단은 자신들의 세계에서 자신들의 레퍼런스를 성실히 쌓아올린 공로를 인정받은 사람들이다.근데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청문회를 통과 못하면 그만이다.자신의 레퍼런스에 도덕성과 청렴성을 반드시 집어넣었어야하는데 중요한 걸 너무 소홀했다.작은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와 배가 가라앉는다는 소극침주(小隙沈舟)가 떠오른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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