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섭 한지화가
한국 정체성 찾아 한지 추상화 창시
독특한 재료 활용 작품 ‘오감 자극’
남북전·조형아트서울 등 참가 예정

▲ 함섭 작가가 춘천 ‘함섭 한지아트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함섭 작가가 춘천 ‘함섭 한지아트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끝을 찌르는 의문의 향기.얼핏 묵향과 비슷하지만 낯선 향기의 주인공,바로 한지화가 함섭(75)이다.

춘천에서 활동 중인 함섭 화가가 국내 대표 화가들이 초청받은 전시회에 연이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그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로비에서 남북관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춘석)와 원혜영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 공동주최하는 기획전 ‘평화통일염원 72년 남북미술전’에 남한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이어 오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7 조형아트서울’에 초대돼 10여점의 대작을 전시할 예정이다.앞서 함 화가는 지난 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한 도내 대표미술인들의 전시회 ‘2017아트인강원’에도 ‘고향’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이 같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만의 향기가 나는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홍익대 서양화를 전공하고 중·고교 미술교사를 지낸 함 화가는 주로 닥나무와 한지를 이용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시각적인 감동뿐 아니라 후각적으로도 관람객을 자극한다.또 작품을 만들 때는 의문의 소리도 더해진다.색색의 한지와 고서는 찢기고 닥나무 껍질은 물에 불려 두드려진다.형체를 잃어버린 각각의 재료들은 캔버스 위에 가차없이 던져진다.철썩 철썩,작가가 흥에 겨워 재료들을 흩뿌리면 새로운 형과 색으로 조합돼 작품이 탄생한다.

▲ 1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백두에서 한라까지’에 전시되는 함섭 작 ‘one’s home town 1712’.
▲ 1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백두에서 한라까지’에 전시되는 함섭 작 ‘one’s home town 1712’.
한국 추상화 1세대이자 한국형 액션페인팅의 선두주자인 함섭 작가가 한지 추상화를 창시한 계기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서양화가로 이미 유명세를 떨친 작가는 개인전 준비로 작품을 옮기던 중 동네 주민의 “왜 서양 사람 작품을 나르고 있어요?”라는 말에 모든 작품을 찢고 전시회를 취소했다.“남이 서양인이 그림이라고 하면 그건 내 그림이 아니고 우리나라 그림도 아니에요.남을 흉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작품활동을 중단했어요.” 이후 한국적 정체성을 찾아 고심하던 작가는 조선시대 종이문화에 영감을 얻고 한지를 현대미술로 가져왔다.

그렇게 탄생한 한지 추상화는 제작배경부터 과정 그리고 완성품까지 한국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그의 작품은 전에 없던 한국의 멋을 자아내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작 속에서 명작이 나온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작가는 매년 백여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해 주위 작가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함 작가는 “80세를 넘기기 전에 200호짜리 대작들을 최대한 많이 제작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미국 뉴욕의 모마(MOMA) 미술관에서 개인 초대전 개최가 목표”라고 밝혔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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