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성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외과교수
▲ 김해성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외과교수
옛말에 ‘말은 제주도로,사람은 서울로’라는 속담이 있다.무엇을 하더라도 꿈을 조금 더 크게 가지거나 규모를 늘리려 한다면 서울로의 연결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의사인 필자가 이러한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는 한국 의료산업 역시 중앙집권적인 형태로 발달해 왔으며 소위 ‘빅(Big)5’라고 하는 병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주변에 나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학병원이 있음에도 지방 병원을 신뢰하지 못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더구나 교통의 발달로 경상도,전라도,강원도 환자들 또한 서울의 대형병원을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특히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에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될까?정말로 지방 병원은 장비나 시스템이 뒤쳐져서 오진율도 많고,의사들의 실력이 서울 의사들만 못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물론 위에 언급했던 ‘빅5’라고 하는 병원들에는 각 진료 분야마다 명성있는 선생님들이 포진해 있으며, 국내 최고의 의사를 꿈꾸는 수많은 후학들이 밤낮으로 진료와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로 상경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의 질환은,본인의 연고지의 대학병원에서도 충분히 수술과 치료가 가능하며 굳이 서울의 대형병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지방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역시,대부분 최소 2~3년 정도는 서울의 빅5병원 및 대형병원에서 소위 ‘명의’라고 불려지는 최고의 교수님과 함께 수백,수천 건의 수술을 경험하고 독립된 의사로서의 인증을 받은 선생님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희귀성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의 경우에는 이러한 대형병원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질환은 지방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서울로 상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본 사람은 대부분 느껴보았을 것이다.환자가 얼마나 많은가? 특진 의사의 진료를 보기 위해 예약만 몇 주 걸리는 경우가 많고 진료실에서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대형병원에서 수술 받고 퇴원한 환자들이 2차 병원에 요양 차 입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하지만 연고지 병원의 경우는 환자의 진료 시간적 선택에서부터 수술적 치료 이후 장기적인 추적관찰 기간에도,이런 시간적 여유에서의 상담 및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지방병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큰 병으로 진단되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서울로 가기 보다는 연고지의 대학병원에 어떤 의사가 있는지,그 선생님은 어떤 약력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질환에 있어서 경험은 얼마나 많은가를 잘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한다.그래야 지방 병원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고 내 자녀,후손들이 안심하고 거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서울로의 상경은 몸도 마음도,또한 환자의 가족들도,얼마나 고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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