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 이성근
성신여대 교수
필자도 가끔 이상적인 교육시스템 사례로 드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독일은 학력 간 임금격차가 적다고 알려진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한 학문적 목적이 없다면 굳이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독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단순한 교육제도만을 놓고 보면 독일이 대학교육이 무료이기 때문에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자료를 보면 독일 교육도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교육수준에 따른 소득의 격차도 커지고 있으며 대학진학률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독일 젊은이들의 욕구도 우리나라의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물론 제도와 데이터로만 볼 수 없는 독일 교육의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그들이 근대화의 과정 중 확립해 온 사고방식과 교육관을 양적데이터로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독일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화에 대비하기 위한 ‘아르바이텐 4.0(Arbeiten 4.0)’을 통해 노동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이들의 논의 중 하나도 노동 장소와 시간에 대한 유연성이다.시간과 장소에 영향을 적게 받는 노동양식은 공동결정제도와 같은 노사문제를 새로이 정립하게 할 것이다.교육과 노동은 동전의 양면이다.때문에 교육을 통해 노동을 예측할 수 있으며 노동의 변화도 교육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가져 오게 된다.아르바이텐 4.0이 주장하는 유연성 문제는 노동과 교육 모두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인간이 주도하는 기술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서 교육과 노동의 변화가 기술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을까 의문을 가져 왔다.특히 공룡과 같이 둔한 교육제도는 노동이 요구하는 변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붕괴하게 될 것이다.더구나 기술과 노동의 협공은 기존의 교육시스템 존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따라서 교육시스템의 유연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 이유는 단 하나,기술과 노동의 변화속도 때문이다.그렇다면 교육은 어떤 유연성을 가져야 할까?

첫째는 지식의 유연성이다.특히 기술기반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그렇다.지식의 유연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개방성인데 개방성은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이 때 교육은 지식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수많은 개인이 지식생산의 주체가 되고 교육은 생산된 지식을 통합하고 연결하고 분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둘째는 시스템의 유연성이다.개방된 지식을 흡수하려면 시스템이 유연해져야 한다.보통의 시스템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투입된 규칙을 중심으로 지식을 정리하고,그 지식의 활용을 허용한다.그러나 지금과 같은 변화 속도에서는 정해진 규칙보다 다양성과 비정형적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

교육이 유연성을 확보하면 교육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지식의 유용성과 지식의 윤리성을 판단하는 장소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어떤 지식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그 지식은 사용해도 좋은가? 사용해도 된다면 지식들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현시점에서 여전히 교육 분야의 양적 성장과 평가,노동 분야의 시간 논쟁 등이 화두이긴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기술의 변화가 주는 의미를 받아들여야 교육이 노동과 기술의 요구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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