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재은   한림대 교수
▲ 석재은
한림대 교수
노년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더 이상 노년기를 인생주기상 단일한 특성을 갖는 기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노령인구와 노년기를 다루는 우리 사회의 관념과 규범,사회시스템도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사회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매김 할 노년집단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폴 투르니에(Paul Tournie)는 ‘노년의 의미’에서 “노년은 새로운 출발이며 폭넓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노년에 포기하는 것은 행동에 관한 것이지 존재에 관한 것이 아니다.노년에 덜 활동적일지라도 삶은 더 깊어지는 시기이다.”생애주기상 노년기에는 대체로 건강자원,화폐자원,관계자원은 감소하고 시간자원은 증가한다.노년기에 감소하는 건강,화폐,관계자원 등 세 가지 자원 중 관계자원은 비교적 변화가능하다.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다.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욕구충족이 행복의 중요조건이다.만약 노인에게 풍부한 시간자원을 잘 활용해 관계자원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면 노년의 삶은 훨씬 풍요롭고 의미있는 삶의 지속이 가능할 것이다.

일정 수준의 화폐자원 등 물적조건이 신노년문화의 필요조건이라면 관계자원의 유지는 신노년문화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특히 한국의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가 주축이 되는 초고령사회 노년문화는 기존 노년문화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왜냐하면 첫째,노년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의 역량이 이전 세대와는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베이비붐세대는 인적자본 역량,경제적 역량,정치적 역량,문화적 역량이 이전 세대에 비해 분명히 높다. 따라서 베이비붐세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하며,생애경험에서 축적된 노년의 지혜를 발휘하는 주체적 시민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저성장시대에 고령사회를 맞기 때문이다. 성장과 개발,소비가 미덕이었던 시대로부터 보존과 유지,절제와 절약이 미덕인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또한 젊은 노년층이 복지혜택의 수동적 소비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공헌적이고 의미있는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적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그러므로 초고령사회 베이비붐세대가 만들어내는 신노년문화의 핵심은 ‘진정한 시민되기’이다.시민됨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주체적으로 설계하고,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를 위하여 기꺼이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의무를 수행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새로운 물질적 풍요를 대체하는 의미있는 삶,문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문화를 함께 짓는 삶이 필요하다.시민됨을 실천하는 노년의 삶은,단순히 복지수혜자나 소비자로서의 축소된 삶이 아니라,보다 궁극적 가치인 행복한 사회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호혜(互惠)적인 공동체로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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