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국수vs콩국수

메밀국수

무·파 곁들인 간장육수에 풍덩
달짝지근 알싸한 맛 원기 보완


일본 태생의 음식이건만 어린시절 추억이 가득하다.무더워지는 날씨에 끼니 선택이 곤란할 때면 언제든 최고의 선택이 되어주는 여름 대표음식,메밀국수다.

후루룩 소리 내며 한 젓가락 들이키면 향긋한 메밀향에 시원한 육수가 더위를 물리친다.헌데 한 음식이 참으로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한국어와 일본어가 멋대로 뒤섞여 소바,모리소바,메밀소바,모밀 등 저마다 제각각이다.과거 산에서 나는 밀이라 뫼밀이라 불리다 발음이 어려워 모밀,뫼밀,메밀 등으로 불린 탓이고 여기에 메밀을 뜻하는 일본어 소바,그릇을 의미하는 모리 등이 뜻모르고 더해진 탓이다.일본에서는 모리소바,소바키리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국수라고 부르는 것이 바른 말이다.

일본식 메밀국수는 쯔유에 면을 살짝 찍어먹는데 반해 우리나라식 메밀국수는 간장육수에 풍덩 담가 시원하게 즐긴다.한국식 메밀국수는 기본이 되는 메밀은 곱게 체치고 8대 2 비율로 강력분을 더해 찰기를 더한다.반죽은 30분 정도 숙성시켜 부드럽게 만들고 납작하게 밀어 먹기 좋은 두께로 썬다.팔팔 끓는 물에 삶아 얼음물에 헹구고 적당히 말아둔다.간장 육수는 가다랑어포나 멸치를 삶은 육수에 간장,설탕 등으로 간을 맞추고 차게 식힌다.간장 육수에 살얼음이 얼면 금상첨화,곱게 간 무와 얇게 썬 파 그리고 와사비나 겨자를 취향껏 섞어 제조하면 달짝지근하고 알싸해 입맛 돋우는 메밀국수 완성이다.

여름 메밀보다 겨울 메밀이 제맛이라 하지만 예로부터 조상들은 몸의 더운 기를 내리기 위해 여름에 메밀을 즐겨 먹었다.동의보감에서는 메밀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줘 1년 동안 쌓인 체기도 메밀을 먹으면 내려간다고 기록됐다.이처럼 선조들은 여름에 메밀음식을 먹어 몸 속의 열기와 습기를 배출해 기운을 차렸다.반면 메밀의 찬 성질로 몸이 찬 사람이 메밀을 먹으면 원기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기록도 있는데 메밀국수는 더운 성질의 무를 함께 곁들여 이를 보완한다.또 메밀에 함유된 다량의 섬유질이 체내 노폐물을 배설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메밀국수야 말로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팔방미인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이열치열도 좋다지만,살얼음 가득한 육수로 입은 물론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메밀국수로 여름 더위를 물리쳐보자. 한승미

콩국수


단백질·비타민·무기질 풍부
콩물·고명·곁들임 따라 다양

무더위가 찾아오면 직장인들의 점심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입맛은 없는데 그렇다고 거르거나 대충 먹자니 금세 허기가 지고 일할 기운도 나지 않을 것 같다.이 때문에 내리쬐는 태양에도 몸을 이끌고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충분한 영양과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지만 역시 마땅치 않다.그런 직장인들의 마음을 헤아려서일까.이맘때가 되면 가게마다 또 하나의 메뉴가 걸리기 시작한다.바로 여름 별미 ‘콩국수’다.

콩이 가진 영양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단백질 식품인 콩은 비타민과 무기질도 다량 함유돼있어 예부터 서민들의 영양 식품으로 애용됐다.우리 조상들은 속이 든든하고 소화가 잘 되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콩물을 만들어 국수와 함께 먹으며 뜨거운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냈다.이렇듯 과거부터 여름 별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까닭에 콩국수는 여름이 가면 쉽사리 찾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다.그래서 콩국수 마니아들은 오히려 무더운 여름을 애타게 기다린다.콩물과 국수로 만들어지는 콩국수는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어떤 면을 쓰고 어떤 음식을 곁들여 먹으며 어떻게 콩물을 만드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보통 밀면을 기본적으로 사용하지만 가게에 따라 우무묵,녹차면,메밀면,클로렐라면 등 다양한 면을 사용하고 어떤 곳은 면 대신 밥이나 연두부를 내기도 한다.

고명과 곁들임 음식도 다양하다.오이부터 깨,토마토,식용 꽃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기도 하고 열무김치,배추김치,부추무침 등 사람마다 저마다의 곁들임 음식과 함께 콩국수를 즐긴다.개인 취향에 따라 소금 혹은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역시 콩국수의 주인공은 콩물이다.그 옛날 어머니가 직접 맷돌로 갈아주시던 진득한 밀도의 제대로 된 콩물이라면 소금 간도 그 어떤 고명도 필요치 않다.이에 콩국수를 파는 가게는 콩은 물론 볶은 땅콩,참깨,흑임자,단호박 등을 활용한 저마다의 콩물 비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숨 막히는 더위에 입맛도 기운도 없는 여름날엔 고소하고 시원한 콩물을 쭉 들이켜보자.여름에 대한 불만도 잠시,여름이 지나가는 것을 오히려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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