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에 무방비로 노출, 국방도 전향적 발상과 대처 필요

지난 2008년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은 남북관계 변화의 큰 분기점이 됐다.금강산관광으로 물꼬를 튼 남북한 간 교류협력의 시대가 끝나고 냉전시대로 회귀가 시작된 것이다.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남한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응조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지속돼 왔다.그러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의 지도자들이 바뀌면서 이 같은 교착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은 것 같다.지난달 10일 출범한 새 정부가 북한의 도발중단을 전제로 대화에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관계변화의 대전제는 북한의 핵 포기와 도발중단이다.그러나 북한은 크고 작은 무력도발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는 주로 북한의 핵 무력의 강화와 미사일도발에 초점이 모아졌다.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배치가 시작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이런 도발에 대한 대응의 일환인 것이다.이처럼 안보환경의 불투명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나라 후방지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정찰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이것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도발이다.

국방부는 엊그제 지난 9일 인제에서 발견된 소형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의 금강군일대에서 발진했고 복귀지점 또한 같은 지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이 무인기는 지난달 2일 군사분계선(MDL) 상공을 지나 사드 배치지역인 경북 성주골프장 상공을 선회한 뒤 북으로 복귀하던 중 인제 야산에서 추락했다는 것이다.기체에 장착된 카메라에는 551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었고 사드기지를 촬영한 것도 10여 장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무인기의 전체 비행시간은 5시간 30여분,비행거리는 49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북한의 무인기도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주로 전방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이번에 아무런 제재 없이 남한 전역을 휘젓고 다닌 것이다.다행이 기체가 추락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났지만 자칫 안방이 뚫린 사실조차 모를 뻔 했다.2014년 백령도에 추락한 기종에 비해 항속거리가 2배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외에 새로운 유형의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든든한 안보와 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국면전환도 어렵다.무비(武備)에 빈틈이 없어야 대화와 개혁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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