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시냇물에 자라며 논우렁보다 그 크기가 작다.삶아서 살을 빼어 먹는데,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다”.18세기 말엽 조선의 학자 이만영이 펴낸 ‘재물보(才物譜)’에 실린 다슬기 관련 내용이다.현대에 이르러서는 약효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졌다.1980년대 후반 김일훈이 집필한 신약본초(神藥本草)에는 ‘간과 쓸개를 구성하는 청(靑)색소가 부족할 때 간 쓸개질환이 발생하는데,그 청색소가 민물고둥(다슬기)에 담겨 있다’는 기록이 보인다.다슬기가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다슬기가 지방과 적혈구 내의 산화를 억제하고 간DNA 세포손상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다슬기가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도 이런 약효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다슬기는 선사시대 유적지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식재료로서 뿌리가 깊다.국과 전,무침,전골 등 조리법도 다양하다.강원도와 충청도에서는 다슬기·달팽이·올갱이해장국으로,전라도에서는 대사리국으로,경상도에서는 고둥·골뱅이·골부리국으로 불리며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효능은 학계의 연구보다 훨씬 크다.다슬기 애호가들은 “시력 보호와 간 기능 회복,숙취 해소는 물론 철분 함유량이 많아 빈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애주가들에겐 속 풀이 해장국으로 인기 만점.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올갱이,고동,고디,베틀올갱이,올뱅이,꼴부리,대사리,보말 등 다양한 이칭(異稱)을 갖고 있다.국내에서는 연간 2000여 톤이 소비되는데 수입 산이 절반을 차지한다.국내 생산량은 2014년 기준 737톤.하천 주변 농가들에겐 다슬기 채취가 요긴한 부업거리다.

다슬기가 귀중한 식재료와 약재로 대접받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다슬기를 잡다 2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6월 들어서도 횡성과 인제에서 다슬기를 채취하다 2명이 숨졌다.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물속에 들어갔다 변을 당한 것이다.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성분이 풍부,면역력 증가와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지만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다슬기 채취가 비극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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