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돈민   강릉시 올림픽대회추진단 올림픽정책관   전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 염돈민
강릉시 올림픽대회추진단 올림픽정책관
전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전면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당시 YS정부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을 폐지한다.국토종합계획도 국가투자사업 발굴 및 조정성격에서 도·시·군 계획의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두 계획은 경제사회 및 국토 발전을 위한 국가의사결정의 최상위 프레임워크였다.국가자원배분의 두 축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90년대 후반 이후 각 정부부처는 부처마다 독자적 계획양산에 골몰한다.

국가자원 배분의 큰 틀이 없는 상태에서 저마다 개별적으로 수립한 부처별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 집행력이 확보되지 않는다.연계하여 수립한 시군계획도 마찬가지다.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돈 가진 정부부처를 설득시키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지난 20여 년 동안 국비확보경쟁에서 차지하는 지방의 중앙정치력 역할이 점점 더 커져 왔다.지방에서 국회의원 숫자,지역 출신 장·차관 등 고위 중앙인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중앙부처가 독자적인 계획수립에 나서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체계는 복잡해졌다.대부분 실·국·과들이 정부 소관부처 계획과 수직적으로 연계된 하위계획을 수립한다.시군 내부조직들 사이에 활발한 수평적 소통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현실에서 수직적 계획의 활성화는 지방행정의 중앙예속을 촉진시킨다.시군 소속 모든 조직과 조직원이 공유하는 시정비전이 활착되지 못한 상태라면 더욱 그럴 개연성이 크다.‘계획분권’이 중요한 이유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방행정환경에 부응하지 못하는 지방행정체제도 문제다.지방공무원 직제 및 행정 시스템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기본적 틀이 정립됐다.여러 차례 수정보완을 거쳤다고 해도 당초의 틀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예를 들어 현재 공무원 직급에서 8급과 9급은 당초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초급공무원을 염두에 두었다.이들은 가장 기초적 행정사무인 문서정리,타이핑,민원서류 발급 등 단순사무 담당이다.컴퓨터로 모든 서류작업을 개인이 담당하는 현실에서 단순사무는 거의 사라져간다.민원창구업무도 단순 민원서류 발급사무보다는 민원상담 등 전문성이 가미된 기획행정에 가깝게 바뀌고 있다.지방행정 현장에서 예전 8·9급 공무원이 담당하던 단순사무는 거의 사라졌다.

지방행정의 내용이 바뀌면서 공무원들의 전문성(스페셜리스트)이 크게 요구된다.그렇지만 행정현장에서는 정례적 순환보직을 통한 ‘제너럴리스트’양성 중심의 기존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과거 행정사무가 단순하던 환경에서 여러 방면을 두루 잘 아는 제너럴리스트는 책임자로서 유용한 자질이었다.그러나 현대과학기술시대가 요구하는 공직책임자는 특정분야에 정통한 ‘테크노크라트’를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어’이다.

제너럴리스트 조직은 경험 많은 상위직급자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형성한다.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은 전체 조직의 업무과정에 매몰되어 소멸된다.예전보다 훨씬 큰 역량을 가진 신규공무원들의 사기가 경력이 쌓이면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업무를 통한 만족감보다 오직 승진만이 개인의 조직 내 가치를 인정받는 유일한 통로인 현 시스템을 가지고 지방행정발전은 쉽지 않다..

새 정부의 분권정책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분권개헌도 추진될 모양이다.거기에 더하여 해묵은 지방행정체제도 혁신의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중앙행정에 예속된,하위의 지방행정이 아니라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이 수평적 협력과 분담을 통해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 수준을 극대화하는 그런 지방행정체제가 구축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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