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현   한국여성수련원장
▲ 전예현
한국여성수련원장
다양한 공무원을 만난 덕일까.그들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 시절에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란 표현에 아무 느낌이 없었다.하지만 기자로 일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견학을 가 부검의들 모습을 본 이후로 이 말을 쉽게 할 수 없었다.

취재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경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연쇄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모 형사과장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범인에 대한 분노,피해자 가족의 절규를 들으며 느낀 책임감,여기에 언론으로부터의 집중 취재에 지쳐 그는 하루하루 말라갔다.다행히 범인은 잡혔고,기자실에서 밤을 새던 담당 기자들까지도 형사과장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막연하게 알던 공무원의 모습과,현장의 사정이 다른 것을 절감한 계기였다.

한국여성수련원에서 일하며 만난 다양한 공무원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충청도의 모 단체장은,‘지역경제 활성화’ 비결이 청소년과의 공감이라고 했다.지역으로 전지훈련을 온 어린 운동선수들의 새벽 경기 현장에 나가 응원해주고,돌아갈 때에는 찐 고구마라도 버스에 실어주며 격려한다는 내용이다.평소 엄격한 훈련과 비인기종목에 대한 무관심에 지쳤던 어린 선수들은,‘군수 아저씨’의 열렬한 응원과 따뜻한 마음이 좋아서 다음해에도 전지훈련 적소로 그 지역을 꼽는다고 한다.

원주의 한 공무원이 작성한 교육 후기는 수련원 마케팅에 큰 효과로 이어졌다.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수련원 교육에 감동한 공무원 후기’가,의도와는 별개로 전국에 입소문을 탔다.제주도 모 기관에서 수련원 방문을 검토하는 정보가 되었고 실제 교육으로 이어졌다.

강릉 옥계에서 퇴직한 한 공무원의 헌신적 활동에는 고개가 숙여진다.폭설로 인해 수련원 직원들 퇴근길이 위험해질까봐 함께 걱정하고 대책마련을 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의 행동에 수련원 직원들이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몇 달 전부터 논의해 예약이 완료된 교육에 대해 불과 며칠 전 취소 통보를 받을 때이다.담당자가 고의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갑작스런 취소 통보를 받으면 수련원 직원들은 허탈해한다.또 식당 취소에,예약했던 강의 장소 변경,섭외했던 강사에 대한 사과 등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누구 책임이든 돌발 상황이든,취소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따뜻한 말로 직원의 노고를 위로해줬으면 한다.

이 지면을 통해 민망한(?) 사례도 공유한다.일하는 여성들이 모이는 토론회에서 한 공무원의 ‘고군분투 서비스 행정’ 스토리를 들을 때의 일이다.공무원의 체험담을 듣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그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그 공무원은 현장과 직결된 일을 하면서 ‘나에게 배정된 일만 한다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하지만 주변 반응은 애매했다.“누가 알아준다고 그걸 굳이 하려고 해”라는 반응이었다.결국 그는 주변을 설득하려다가는 본인이 먼저 포기할 것 같아,혼자 여기저기 뛰어다녀 시스템을 마련했다.그리고 이는 행정서비스 사각 지대에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지속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 공무원은 힘들었던 과정에 대해 “공무원과 민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란 말을 들었어요”라고 했다.국민에게 봉사하는 보람이 크지만,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문화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다보니 많이 외로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필자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도전을 선택하고 결국 그 일을 해낸 그에게 박수를 다시 보낸다.또 이런 사례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도 자주 공유되어 서로의 ‘혁신’을 촉진하는 좋은 자극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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