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헌   시인·전 속초양양교육장
▲ 김종헌
시인·전 속초양양교육장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크게 변화를 보인 모습 중 하나가 각 부서의 수장으로 취임한 총리나 장관들이 취임사나 연설문을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작성하여, 읽는 것이 아니라 소관 부처의 운영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비전을 말한다는 것이다. TTimes의 배소진, 이혜진 기자가 작성한 ‘글 쓰는 정부’라는 기사에 의하면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기념사는 실무진의 초안에 자신의 생각을 다시 담아냈고,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사와 시정연설의 원고는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영향으로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총리도 취임사를 직접 작성하였고, 김동연 부총리도 구어체 형태의 명쾌한 취임사를 직접 썼다고 한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명언을 남긴 링컨 대통령 역시 취임사와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였으며, ‘글쓰기는 눈을 거쳐 생각을 마음으로 전달하는 예술이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생각을 자신의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즉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언어로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이며,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듣고, 설득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직접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리더가 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우리사회에 필요한 리더가 되려면 자신의 언어로 글을 쓸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글쓰기 교육의 현실은 어디에 와 있는가? 지난 20여 년 간 지역의 문인으로 활동하다 보니, 해마다 4월과 5월은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치르는 문예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바쁘게 보낸다. 내가 속한 속초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제 28회 설악 학생백일장 및 제 23회 설악주부백일장 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보광사에서 진행하는 화전문화제 백일장 대회와 신흥사와 설악산 국립공원이 공동 주최하는 전통문화 축제의 백일장 대회에서 심사위원장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글쓰기 교육에 대한 걱정이 들 때가 많다. 행사를 마치고 심사위원들과 같이 작품을 돌려 읽다 보면, 400여 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최우수작이라고 선뜻 손을 들어주기 좋은 작품 한 편을 고르기가 참으로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남의 탓만 할 수는 없어서, 나름 지역의 문인들과 여러 가지로 애를 써 보고 있다.

지역의 평생교육기관에서 운영하던 문예창작반이 없어져서, 개인적으로 지역의 서점을 활용한 문예창작반을 개설하여 동료 문인들과 공동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 문학단체가 연합하여 속초시와 경동대의 지원 사업으로 문예대학을 매주 화요일마다 1년간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참여율이 낮아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를 알아보니,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는 결국 글쓰기의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문제라고 보아, 하반기에는 인문학 포럼 강좌 개설을 고민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백일장에서 몇 명의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있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예창작반 개설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문학 후계자를 양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지역의 리더, 크게는 국가의 리더를 길러내는 근본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로 대중을 설득해 내지 못하고 남이 써 준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읽는 사람은 더 이상 리더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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