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위기는 어느 한 순간,불청객처럼 찾아온다.느닷없지만 마치 수학자의 공식처럼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그 위기는 이미 계산된 미래일지도 모른다.모든 것에서 멀어져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거나 어찌 하고 싶은’ 생각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어둠처럼 밀려드는 외로움.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두렵고 차가울 것이다.스스로의 의지로 ‘나홀로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게조차도.그렇다면 모든 두려움은 어느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공동체의 몫으로 남는다.무겁게 내려앉은 ‘고독’의 모습으로.

통계청이 4월 내놓은 ‘장래가구추계:2015∼2045년’이 던지는 메시지는 우울하고 쓸쓸하다.가족이 해체되고 1인가구가 주류를 이루는 형태.2015년 가구 유형별 비중은 부부+자녀 가구(32.3%)가 1인 가구(27.2%)를 앞서지만 2045년에는 1인 가구(36.3%)가 부부+자녀 가구(15.9%)를 압도한다.‘1인가구’가 2015년 518만 가구에서 2045년 809만8000 가구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통계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이미 나 홀로 1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었다.결혼을 하지 않고,아이를 낳지 않으며,부모 형제와 서서히 멀어지는 세상에서 홀로 죽음을 맞는 것은 낯설지 않다.무연고 사망자가 최근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1인 가구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정부의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으로 5년 전인 2011년(693명)보다 77.8% 늘었다.연령대는 60대(24.6%),50대(24.1%),70대 이상(23.6%) 순.50대마저 고독사 위험군이다.

복지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졌다는 유럽마저 ‘고독’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최근 ‘고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시 당국은 시민 70만명 가운데 30만 명이 ‘고독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답하자 ‘고독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물론,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매년 고독해결 예산을 배정키로 했다.이제껏 시도되지 않은 신선한 접근법.적어도 나홀로 족들에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줬을 테니까….우리사회도 더는 늦출 수 없다.고독 치유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