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사 신우경
“리허설 참관 수정작업 반복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 꿈”

▲ 신우경 분장사가 최근 자택의 작업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신우경 분장사가 최근 자택의 작업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연극을 감상하다 보면 연출이나 배우만큼 몰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면 ‘분장’을 빼놓을 수 없다.도립극단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적인 분위기의 출연진부터 연극 ‘까마귀’에서 상처입은 광부들과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강원도 대표출전작 ‘할머니는 믿지 마세요’의 노인 분장까지 이들 배우들은 모두 신우경(51) 분장사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신 씨는 도내 연극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분장사로 통한다.그는 춘천여고 재학 중 청소년연극단체 ‘이엉’에서 연극을 접하고 배우,조명·음향 스태프 등으로 활동했다.당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선배가 작은 팔레트로 분장하는 것을 보고 분장의 매력에 빠졌다.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메이크업 학원에 등록한 신씨는 당시 강대영 KBS 특수분장사를 만나 특수 분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광고 분장,방송 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수입이 넉넉하지 않았고 춘천에서 활동하던 극단 분장의 열악함이 마음에 걸려 다시 춘천으로 돌아왔다.극단 분장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신 씨는 웨딩숍 운영,방송국 분장사 등으로 수익을 얻고 오후나 주말에는 극단을 돌아다니며 배우들의 분장을 도맡았다.

“분장은 연극 준비의 마지막에 옷을 입히는 과정이에요.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와의 소통이죠.”

▲ 사진 왼쪽부터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의 당나귀 분장.연극 ‘할머니는 믿지 마세요’의 노인 분장.연극 ‘까마귀’의 상처 분장.지난해 삼천동 수변공원에서 전시한 ‘소양강처녀상’
▲ 사진 왼쪽부터 연극 ‘메밀꽃 필 무렵’의 당나귀 분장.연극 ‘할머니는 믿지 마세요’의 노인 분장.연극 ‘까마귀’의 상처 분장.지난해 삼천동 수변공원에서 전시한 ‘소양강처녀상’
신 분장사는 분장을 하면서 지키는 원칙이 있다.바로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연극 연습과 리허설에 참관하는 것이다.같은 대본이라도 배우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배우의 외모와 역할 해석에 따라 분장으로 힘을 실어주고 관객의 몰입을 더한다.리허설을 참관하며 연출가,배우의 연기 등을 고려해 분장을 계속 수정하기 때문에 배우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분장이 어렵다.

신 분장사는 힘들지만 보람 있었던 분장으로 지난해 춘천연극제 기간 거리 퍼포먼스를 위해 제작한 소양강처녀상을 들었다.실제 사람을 동상처럼 분장하는 작업으로 석고,실리콘,스프레이 본드를 각각 사용하며 수차례 실패를 거친 끝에 세 재료를 조합해 완벽한 동상의 모양으로 의상을 고정시켰다.관광객들이 실제 동상인 줄 알고 기념사진을 찍다가 동상이 움직이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신 분장사는 그 동안 도내 연극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2016 춘천연극예술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고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공로패를 받았다.

동물,노인,상처 등 배우들을 다양하게 변신시킨 신 분장사는 도내에서 분장사로서 독보적인 입지에 올랐지만 고민이 많다.신씨는 “강원도에서 저처럼 분장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그래서 더 걱정”이라며 “후배,제자들과 팀을 꾸려 연극 분장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해 강원 연극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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