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데 친구와의 관계를 빼어놓을 수 없다.문 밖을 나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여러 행태의 친구를 만나야 한다.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이런 친구의 사이가 맺어지는 게 필연이다.이해관계에 따라 그 친소(親疏)가 나뉘고 다양한 관계망이 짜여 지게 되는 것이다.나라 간에도 서로 다른 여러 형태의 관계가 맺어지는 데 때로는 관계가 서로의 존망(存亡)이 걸린 문제가 된다.

생각이나 정서가 비슷하고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단체 혹은 국가가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결속하는 것이 동맹(同盟)이다.이 가운데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군사적인 연대를 통해 외적에 맞서는 단계에 이르면 혈맹(血盟)이 된다.피를 나누며 다져진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지금까지 강력한 군사·외교적 연대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관계가 혈맹으로 불린다.

그러나 개인의 관계든 국가 간의 관계든 시시각각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한미관계가 전통의 우방임에 틀림없고 안보와 경제의 측면에서 이해를 공유하는 강력한 파트너임에 분명하지만 숱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다.최근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한미관계도 직·간접 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과 미국·일본으로 이어지는 군사동맹의 기본 축을 흔들 수 없다는 점과 지정학적 입지의 절대성을 지닌 중국 변수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딜레마적 상황이다.한미가 공유한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가 중국에 넘어갔다.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첫 번째 교역대상국이 된 것이다.경제와 지리의 이점을 지닌 중국의 등장과 미국의 트럼프 정권 출범이 한반도 정세변화의 눈(目)이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두 나라의 정권이 바뀌고 첫 만남이다.동맹의 강력한 고리가 돼온 대북 정책 및 통상 문제에 미묘한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때다.최근 아산정책연구원이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전히 미국을 최우선 협력 국으로(67.3%) 택했고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구축(30.6%)을 제1 과제로 꼽았다.두 정상의 만남에 그만큼 이목이 쏠린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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