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당초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 연출’로 끝날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을 비웃듯 양국 정상은 상견례 및 만찬과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소화하면서 인간적 신뢰와 우의를 쌓았다.또 양측은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상대가 필요로 하는 선물을 주고 받았다.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았고 향후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동의도 이끌어 냈다.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이라는 명시적인 선물은 아니지만 재협상으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결국 한·미 정상은 국내용 정상회담 성과를 알뜰살뜰 챙겼다.

통상 정상회담 성과는 ‘공동성명’ 형식으로 결산 처리된다.이번 정상회담은 공동성명 탄생 과정이 진통의 연속이었다.확대 정상회담은 예정시간을 25분 넘겨 오전 11시30분까지 계속됐다.공동 언론발표도 결과적으로 당초 예정보다 뒤로 밀렸다.하지만 언론발표에서 공동성명은 없었다.회담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을 찾아 각자 하고싶은 이야기를 담은 언론보도문을 읽고 분주히 빠져 나갔다.워싱턴D.C.의 한국측 프레스센터에서 ‘회담 실패’라는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공동성명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했다.단지 정상간 신뢰 구축만을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를 ‘아주 아주 좋다’(very very good)고 말했고,양 정상의 관계를 ‘찰떡궁합’(great chemistry)으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그래도 공동성명은 안 나왔고 그 이유로 양 정상의 원칙에 대한 ‘표현 방식의 차이’를 거론했다.

다행히 공동성명은 회담 종료후 7시간이 지나 늦둥이로 탄생했다.우리 측은 공동성명 난산의 이유로 백악관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외교부 조구래 북미국장은 공동성명 지연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흔한 일이고 새로운 관행이라고 강변했다.공동성명은 늦었지만 결과는 우리를 만족시켰다.철통같은 동맹 확인은 물론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측의 ‘윤허’를 담았다.총 6개 장으로 이뤄진 공동성명 가운데 제2장(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은 문재인표 대북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해로 압축된다.먼저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담았다.또 양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한반도 통일환경 조성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과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 최소화 그리고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 열망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챙긴 계산서는 무엇일까.협상은 결국 주고 받는 것이다.혈맹이지만 예외는 없다.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서 트럼프가 밀릴 가능성은 없다.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서 명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챙긴 현찰은 없다.하지만 어음은 뒤로 어김없이 손에 넣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첫 상견례 및 환영 만찬뒤 트위터를 통해 우리에게 청구서 통보를 예고했다.새로운 무역합의(new trade deal). 한·미 양측은 이 문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특히 우리 측은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펄펄 뛰며 일축하고 있다.하지만 양국은 FTA에 대한 효과 공동분석과 조사평가에 동의하면서 재협상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놨다.미국은 조만간 FTA 평가후 어음을 들고 분명히 우리 정부의 문을 “똑똑” 노크할 것이다.1일 아침 워싱턴 D.C.의 하늘은 심술을 부리듯 잔뜩 흐렸다.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취재하며 국내 정치의 엄중함과 국제 정치의 냉혹함을 새삼 느끼고 미국을 떠난다.

워싱턴D.C / 남궁창성 서울본부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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