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 해도 반년이 지났다.인간계도 자연계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지난 6개월이다.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이 잉태되고,그 봄이 무르익어 가는 어느 시점에서 여름이 시작된다.자연이 이렇게 그 수레를 밀어가는 사이 한반도에도 변화가 컸다.수명을 다한 권력이 민심의 격랑 앞에 좌초하고 새 체제가 들어섰다.만물은 다 변하는 데 예외가 한 가지 있으니 바로 모든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이라 했던가.

자연도 인간도 그 만고불변의 법칙을 이어가고 이런 변화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한 해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새삼 자연의 큰 반전을 본다.유월의 경계를 넘어 7월에 들어서는 사이 전국적으로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지난 주말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그동안 말라 붙었던 대지를 적셔준 것이다.애타는 농민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 단비였다.7월을 맞으며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위력을 본다.

유월은 새로운 반년의 시작인 동시에 여름의 절정에 해당한다.한나절 혹은 사나흘의 장맛비가 오랜 가뭄을 몰아낸 것 같지만 7월의 폭염은 이내 그 젖은 흙에서 단내가 나게 만든다.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며 세상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자연계의 진폭을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달이다.이런 담금질을 통해 자연은 한층 푸름을 더해가고 풍성한 결실을 준비한다.이게 바로 7월인 것이다.

달궈진 대지에 폭우가 쏟아 붓고 한바탕 물난리 끝엔 불볕더위가 또 온다.야속한 그 낙차(落差)가 에너지를 만든다.뜨거움이 녹음을 더 짙푸르게 하고 결실을 더 단단하게 한다.소서(小暑·7일) 대서(大暑·23일)와 초복(初伏·12일) 중복(中伏·22일)이 다 들었다.세상의 뜨거운 것들이 이 칠월에 다 몰려있다.그러나 뜨겁다 뜨겁다하는 것은 인간의 언어일 뿐 자연의 뜻이 아닐 것이다.7월의 시 한 편을 보자.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 씨와 알타리무 씨들/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이렇게 시작하는 김종해의 ‘7월,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를 읽으며 내 자라지 않는 원고지의 언어와 이레 만에 내 밥상을 채우는 텃밭의 씨앗을 생각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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