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산과 사찰이 많다.그 모습들을 다각도로 찍어서 영상화시키고 승무를 넣는 것은 어떨까” 지난해 8월 조정래 작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강원도적이다’라고 느낌이 드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조 작가는 “수려한 산과 사찰을 통해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면 강원도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강원도하면 먼저 산을 떠올리는 모양이다.2009년 본지가 전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원도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강원도 하면 ‘설악산’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산지 비율이 82%에 달하는 것을 보더라도 자연스런 인식인 셈이다.나아가 정도전은 강원도 사람을 두고 ‘암하노불(巖下老佛)’이라고 했다.바위 아래 늙은 부처처럼 산골에 살아 착하기만 하고,진취성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이도 자연환경과 무관치 않다.

산세가 험중하다보니 예로부터 강원도 가는 길도 녹록치 않았음은 물론이다.강원도민의 숙원사업도 주로 교통망 확충에 있었다.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왕복 2차선 서울-새말구간 영동고속도로가 완공됐지만,고속도로라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이는 강원도에 살고 있는 강원도민 조차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찾아줘야 그 존재감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자인하게 만들었다.

하여간 40년의 시간이 흘러 비로소 대관령 난코스를 4차선으로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가 완공되기에 이르렀다.그 전에 남북을 연결하는 중앙고속도로도 뚫렸다.지난 주말에는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돼 동해안을 찾는 차량들로 도로가 막히는 역설을 낳기도 했다.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말이면 원주-강릉간 철도가 개통된다.춘천-속초간 고속화철도도 가시화됐다.경기북부와 고성을 잇는 평화누리길과 제천-삼척간 고속도로 건설도 거론된다.

강원도 교통망의 획기적인 변화는 그동안 지리적 단절성으로 인해 강요됐던 변방이라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진취성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를 위해 ‘강원도 가는 길’이 아니라 ‘강원도 오는 길’이 되도록 전략적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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