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행스님   월정사 부주지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 사무총장
▲ 원행스님
월정사 부주지
강원도종교평화협의회 사무총장
고서에 비결(秘訣)이라는 게 있다.비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말하는데 주역(周易) 정역(正易) 등에서 비롯된 후천개벽사상,정감록(鄭鑑錄)의 왕조사상,미륵하생(彌勒下生) 신앙의 미륵출현사상이 대표적인 비결이다.이 중에서 특히 정감록,주역과 정역 등이 유명하다.조선 후기에 이르러 다양한 이본(異本)들을 양산하면서 비결의 중심을 이루었다.왕조의 변화를 뜻하는 혁세사상(革世思想)을 담고 있어서 조선시대에는 함부로 지니거나 읽을 수 없는 금서였다.

그 비결과 복희팔괘,문왕팔괘,정역팔괘 등 하늘과 사람과 땅을 보며 팔괘를 보는 대목이 있는데,정유년(丁酉年)의 비결에 보면 “세인부지 목변문(世人不知 木變文)”이라 하여 ‘나무 목(木) 자가 들어가는 성을 가진 지도자가 문(文) 자가 들어가는 성으로 변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나무 목(木)자가 들어가는 성씨는 이(李)와 박(朴)이 대표적입니다.이는 최근의 정권교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수백 년 전에 오늘 날의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예언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다만 ‘목변문(木變文)’이라는 대목이 하도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 재미삼아 떠올려 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재미로만 삼을 수 없는 것이,비결에서는 큰 변화를 앞두고 언제나 징후와 징조가 나타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정감록은 말하기를 조선왕조가 멸망하기 전에 여러 가지 병란과 천재지변,질병,흉년이 돌 것이라고 했다.이것은 마치 예언 같지만 실은 사회적 모순이 누적된 상태에서 임금이 그 징후를 미리 파악하여 지혜롭게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뜻이다.지난 정권이 민심을 잃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2014년 갑오년(甲午年)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120년 전 갑오년에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 ‘갑오세(甲午歲)에 가보세! 을미세(乙未歲)에 을미적대면! 병신세(丙申歲)에 병신되네!’라는 노래가 널리 불렸다.어김없이 되풀이된 역사라 할 수 있다.2014년 그 때 민심의 징후와 징조를 잘 파악하고 슬기롭게 수습했다면 지금과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앞서 일어난 정모 씨 문건 사건도 그 징후 중 하나라 하겠다.그때 애써 외면한 징후와 적폐가 결국 국정 농단사태로 폭발한 것이 아니겠는가?징후와 징조에 눈감은 결과 국론은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되고 또 광화문과 대한문으로 갈라지다가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으니 이것은 대통령 개인의 불행을 넘어 온 국민과 5000년 역사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육십갑자(六十甲子) 중 새로운 60년이 시작하는 해이다.올해는 비결로 보면 모든 일이 새롭게 시작하는 변화의 시운을 가지고 있다.500년 전 정유년에도 종교가 부패하여 마침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으며 1597년 정유재란 때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도 같은 정유년에 있었다.문씨 성은 문화와 문명적 기운을 가지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부디 징후와 징조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아주 작은 민심이라도 잘 살펴 국운을 융성시키고 국격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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