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순   미술평론가
▲ 최형순
미술평론가
‘강원도에는 왜 미술관이 없나요?’ ‘왜 아직도 도립미술관 건립계획이 없나요?’ 미술계에서 여러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 한가지가 미술관 문제다.과연 강원도에 도립미술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도내 미술인들은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한다는 오해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설립에 드는 비용 수백억 원을 집행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그런 예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도 행정부에 마땅히 물어야 할 일이 아닐까.

2018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예산난에 허덕이는 도 입장에서 미술관 건립예산을 편성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한편에서는 춘천,원주,강릉에서 서로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하니 미술인들이 먼저 결정해 오라고 했다한다.10년 전의 일이다.미술계의 이전투구로만 취급한 일이다.미술역사보존연구,도민예술향수나 교육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보여주지 못한다.미술관 설립 연구에 최소한 몇 천만 원의 예산이 들고 투융자 심사 등을 진행하고 국비 몇 백억에 지방비를 매칭하고, 또 그에 못지않은 부지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수많은 행정 절차를,그 예산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을 대신해 어떤 미술인이 진행할 수 있을까.강원도에 미술관이 없는 것은 대체 누구의 책임일까.

문화와 예술에 관한 예산은 불요불급한 것처럼 보인다.당장 굶어죽고 사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본다.세월호와 같은 통곡할 일이 생겼을 때,미술 전시 행사를 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불필요한 축제라는 눈총도 쏟아지곤 한다.살풀이든,치유의 의식이든 예술 고유의 속성은 보려하지 않는다.미술을 한다는 건 그런 것과 달리 아름다움 같은 고상한 취미를 좇아 사는 일로 취급해버린다.그래서 결국 작가가 막일이라도 돈벌이에 나서지 않고 고상하게 예술을 하겠다고 하니까 굶어죽는 게 아니냐고 터무니없이 질타하기에 이른다.분명한 것은,작품으로 벌이를 하고 먹고사는 사람에게 미술은 죽느냐 사느냐의 일에서 하나도 다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광역시 예술문화권을 포함한 모든 도에 시·도립미술관들이 있다.최소 30억에서 최대 100억에 이르는 연간 미술관 운영예산을 쓰지 않는 도는 오직 충청북도와 강원도뿐이다.여러 규모에서 우리의 반도 되지 않는 제주도에도 2개의 도립미술관이 있고 경상남도의 경우 부산,울산을 합하면 경남도립,부산시립,부산현대,김해클래이아크,설립중인 울산시립미술관까지 5개에 이른다.광역시를 별개로 하지 않은 모든 도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시·도립미술관이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강원도는 방치하고 있다.이걸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십년이 넘은 오랜 직무 유기는 이제라도 지속적으로 따져가야 마땅하다.미술의 책임은 바로 이 부분이다.오늘의 강원미술 활동은 당연히 그걸 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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