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속 한 장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잘생긴 배우의 인상과는 어울리지 않던,그러나 우리사회의 실체를 판박이처럼 그려낸 그 장면.영화는 ‘더킹’이다.양아치 검사역을 맡았던 태수(조인성)은 군 입대 현장에서 자신의 출생지를 속인다.전라도에서 태어난 자신이 TK군사정권 아래서 받을 불이익을 겁냈기 때문.이 장면과 겹쳐지는 YS의 그 유명한 한 마디!“우리가 남이가”.지역적 편견과 지역감정의 결정체다.

먼 데서 찾을 필요도 없다.지난 대선에서도 우리는 숱한 편견,지역감정과 맞닥뜨려야 했다.‘부산 대통령’,‘호남 대통령’,‘충청 대망론’,‘TK(대구·경북) 적자’,‘호남 자민련’,‘전라민국’ 등은 우리사회에 각인된 ‘편견’의 다른 이름이다.사람들은 이 말을 즐기고 활용한다.어느 누가 피해를 입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그러니 대한민국에는 호남 충청 경상도 빼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들은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강원도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원도의 기대는 남달랐다.그러나 이쯤해서 그 기대를 접고,생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장·차관 몇 석 차지했다고 강원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는 없다.이젠 모든 게 분명해졌으므로….‘돈도 실력’이라고 했던 어느 철부지(?)의 말을 빌리자면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가장 큰 실력은 ‘인구 수’라는 것이 확연해졌다.그러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작 3%의 인구로 뭘 할 수 있겠나.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했다.강원도는 이제 이 말을 믿어야 한다.“언젠가는 좋아지겠지.꼭 좋아질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막연하고 무모한 기대로는 결코 ‘강원도의 몫’을 찾을 수 없다.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편견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누군가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라고 말했다.문 대통령도 이 말을 의식한 듯 인재 채용시 스펙 없는 이력서,즉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했다.그런데도 강원도는 없었다.이 정부의 ‘인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도대체 모르겠다.뭐가 뭔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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