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희   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 소장
▲ 원장희
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우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림이다.강원도는 더 많다.산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당연한 일이다.

숲 가꾸기도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향상시켜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는 사업이다.담당 부서에서는 기본계획을 세워 놓고 추진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주민의 한 사람으로 바라볼 때는 아쉬운 점이 보인다.숲은 단일 수종(樹種)으로 된 숲도 있지만,대부분의 숲은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로 이루어져 있다.이런 숲에 소나무와 낙엽송·참나무류 등 키가 큰 나무에 중점을 두고 키가 작은 나무와 풀은 모두 베어내고 있다.키 큰 나무에 방해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안타까운 일이다.자연적으로 조성된 노간주나무 숲이 잡목 취급을 받아 하루아침에 사라진 곳도 있다.다행히 일부분이 남아 있지만 언제든지 잡목으로 취급 받아 모조리 잘려 나갈지도 모르는 상태다.분꽃나무도 많이 잘려 나갔다.숲 가장 자리 햇빛이 잘 드는 데서 가끔 보일 뿐이다.

이제 숲 가꾸기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본다.키 큰 나무가 없어야 햇빛을 잘 받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키 작은 나무와 풀꽃들도 정성들여 가꾸어야 한다.

1960년대 취사와 난방을 나무로 할 때를 생각해 보자.대부분의 산이 나무가 없는 산이었다.키 큰 나무는 없지만 키 작은 나무와 온갖 풀들은 햇빛을 받아 잘 자랐다.도라지와 작약·초롱꽃·복주머니난 등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속적인 나무심기와 가꾸기에다 나무를 에너지로 이용하지 않게 되니 온 산이 키 큰 나무 숲이 됐다.키가 큰 나무는 큰 지장이 없겠지만 작은 키의 풀들은 큰 나무의 그늘에 가리어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흔하던 꽃들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게 됐다.이제 키 작은 나무와 풀꽃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산을 만들자.모든 산을 그렇게 만들자는 게 아니다.마을이나 읍·면마다 조성하면 좋겠지만 우선 시·군 단위로 1곳씩 만들어 보자.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경사가 심하지 않은 산을 1960년대 산처럼 만드는 것이다.큰 나무를 모두 베어내지 않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놔두어도 된다.그렇지 않으면 큰 나무를 아름다운 모양으로 남기고 모두 베어내도 된다.키 큰 나무로 하트 모양이나 글자 모양도 가능할 것 같다.가능하면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산에 키 큰 나무를 베어 내면 다양한 식물들이 잘 자랄 것 같다.

키가 큰 소나무와 잣나무·낙엽송도 중요하다.하지만 참취와 곰취·잔대·더덕·고사리 등 산나물과 온갖 꽃이 피는 풀꽃도 잘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나무도 꽃이 피지만 풀에서 피는 꽃 종류가 더 많은 것도 발상의 전환을 하자는 이유 중 하나다.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식물의 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유전 자원을 보호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올 봄에 큰 나무를 모두 베어 내고 옻나무와 엄나무 묘목을 심은 산에 갈 기회가 있었다.어릴 때 흔하게 보았던 큰꽃으아리와 산작약·초롱꽃 등을 여러 포기 보았다.꼭 식물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물도감을 갖고 산과 들로 탐방에 나섰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키 큰 나무를 베어내 키 작은 풀과 나무,덩굴식물이 잘 자라도록 하자는 의견에 적극 동의할 것 같다.이 의견이 현실화 된다면 기존의 숲 가꾸기로 잘려나갔던 분꽃나무와 가침박달나무·진달래 등 키 작은 나무들과 그늘 속에서 죽어가던 온갖 풀꽃들의 형제들이 다음과 같은 환영 현수막을 내걸 것 같다.

‘아! 태양이 보인다! 우리를 알아주는 세상이 왔다.키 작은 나무와 풀꽃 일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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