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造作)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든다는 뜻이다.‘그들은 사건 조작을 위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수립했다’거나 ‘그의 주장은 조작이었음이 곧 밝혀졌다’ 따위로 쓰인다.조작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진짜같은 가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우리가 조작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넘어 범법행위로 간주하는 이유다.

조작이란 말 앞에 붙은 수식어도 다양하다.승부조작,성적조작,간첩조작,역사조작,여론조작,북풍조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승부조작은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와 코치 등 경기관계자들에 의해 경기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프로축구와 프로야구,프로농구,프로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에서 일어났던 승부조작 사건은 아직도 스포츠계의 불명예로 남아있다.

성적조작은 학창시절 성적표를 조작했던 것에서 부터 지난해 7급 공무원 응시생이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성적을 조작해 필기시험에 합격한 것 까지 실로 다양하다.또한 여론조작을 통해 유리한 정치상황을 만들려고 하거나,북풍을 조작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또 통계를 조작하고 논문을 조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조작이 간첩조작이다.이승만 정권에 의한 진보당의 조봉암 간첩사건은 대표적 간첩조작 사건이었다.결국 조봉암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1970년대 말 인혁당 사건 역시 간첩조작 사건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았지만,간첩으로 몰린 이들은 이미 사형이 집행된 뒤였다.북한에서도 박헌영을 미제의 간첩으로 몰아 처형했다.

조작하는 사회에 안타깝게도 ‘제보조작’이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지난 대선 막판 국민의당에 의해 제기된 문준용씨 취업특혜 관련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문제는 일반인이 아닌 정당에서 이런 조작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물론 해당 정당에서는 자체 조사결과 조작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철저한 검증작업도 거치지 않고 공공연하게 국민을 향해 사실인양 확대 재생산시켰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조작을 몰랐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확산시킨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백배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공당으로서의 자세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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