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청년 농업인 만나기가 쉽지 않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7만 농가가 있다.그 가운데 경영주 연령이 40세 미만인 ‘청년 농가’수는 1만 1296가구,그 비율이 1.1%다.해마다 면허 시험에 합격해 의사 자격증을 손에 쥐는 청년 의사가 3000명을 넘는다.농사를 시작하는 청년 농업인 수가 더 적을 것이다.사실은 청년 신규취농자가 해마다 몇이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통계 자료조차 없다.청년 농업인이 의사만큼 귀하니 좋은 대접을 받을까?그럴 리 없다.다산 정약용 선생이 “농사일은 천하에 이문이 박한 것이다”라고 했는데,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사정은 변한 게 없다.‘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당연히 철없는 소리다.온갖 난경(難境)을 각오하지 않고서야,혹은 농사지으며 시골에서 사는 걸 만만하게 여기지 않고서야,농업을 직업으로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농업인 수 줄어드는 것 구경하고만 있어도 괜찮은 걸까?수십 년 쯤 뒤에 농업인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농업의 명맥만 유지하기로 작정했다면 괜찮다.농촌에서는 아이 울음소리 끊긴 지 오래되었는데,내친 김에 유치원이든 초등학교든 죄다 청산하는 게 세금 아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괜찮다.식량자급률이 바닥을 치든 말든 외국에서 값싼 농산물을 천년만년 사다 먹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괜찮다.혹여나,청년 농업인 수가 적으면 그들이 훨씬 넓은 땅에서 경쟁력 있는 농사를 짓게 될 테니 가만히 기다리는 게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괜찮다.4차산업혁명이 도래하여 드론이며 센서며 온갖 첨단 장치로 농사짓게 될 테니 사람 필요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면 괜찮다.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현재의 농업 교육 체계에 눈을 돌려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농지 등의 영농기반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학생 위주로 선발해 장학금,병역면제 등 파격적으로 우대하는 한국농수산대학을 제외하고 나면,제 구실을 하는 농업계 학교는 거의 없다.농업계 학교 졸업생 중 몇 퍼센트가 농업인이 될까?물론 농고,농대를 나오면 다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다른 곳에 취직하는 걸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그러나 의사를 양성하려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같은 교육 기관을 두어 가르치듯이,농업고등학교,농과대학 등의 농업계 학교를 둔 기본 목적은 농업인을 양성하는 데 있다.의대 졸업생 중 의사가 되는 이의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면,그런 의대를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공적인 직업교육훈련 체계로서 농업계 학교가 제 구실을 못한다면 고쳐야 한다.아니면,농업계 학교의 실패를 보완할 다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농업인 자격증 제도가 있어 ‘아무나 농사짓는다는 생각은 어림도 없다’며 부러워하는 말을 가끔 듣는다.그런데 정작 그 나라의 농업 교육 체계는 잘 소개되지 않는다.바깔로레아로 대표되는 학교 교육 과정과 민간 직업교육 과정,청년이 둘 중 하나를 통과해야 자격을 얻고 농업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우리의 농업 교육 체계는 어떤 형편인가?농업계 학교는 피폐하고,직업으로서 농업에 종사할 사람을 양성하는 민간 농업교육 과정은 없다시피 하다.속담에,가뭄에 도랑 친다고 했다.가물어서 비도 안 오는데 쓸데없는 일 한다고 핀잔 들을 수도 있겠지만,그렇지 않다.오히려 물이 없을 때 도랑 바닥에 걸리적거리는 돌도 치우고 물길을 정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사람이 희망이다’라는 흔한 말을 믿는다면,바로 지금 청년 농업인을 육성할 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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