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
▲ 고기연
동부지방산림청장
금년 1월부터 강릉에서 근무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주하는 말이 있다.“강원도 숲은 자세히 살펴 보면 보물산이다” 라고.보물산 이란 말은 모험소설 ‘보물섬’에서 연상한 것이다.어릴적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을 감명 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육지에 머물던 해적선 부선장이 객사한 여관집의 소년 짐 호킨스가 유품에서 지도 하나를 발견한다.보물의 위치가 담긴 지도로 악한들과 동행,일행의 배반,그리고 구사일생으로 여러 위기를 헤쳐가면서 보물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험을 스릴 넘치게 묘사한 책이다.

강원도는 80%가 넘는 면적이 산림이다.전국평균 64%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산림면적을 갖고 있으며,양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오래된 숲,풍부한 목재자원,친환경 임산물,멋진 산악과 계곡의 경관 등 다양한 산림자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강원도 산림을 잘 보존하면서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짐 호킨스가 찾아 나섰던 것과 같은 귀중한 보물산이 되지 않을까 꿈꾼다.

숲의 가치는 널리 알려져 왔다.국립산림과학원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연간 126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숲이 창출한다고 한다.국민 1인당 249만원의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숲이 제공하는 가치를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수원함양·토사유출방지·대기질개선·산림휴양·생물다양성보전·산림치유의 기능 등 숲이 제공하는 가치는 다양하다.숲은 봄에는 고로쇠 수액과 산나물,가을철에는 송이·능이 등 버섯류와 열매,겨울철에는 땔감 등을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강원도민일보가 2009년 전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강원도 하면 ‘설악산’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그만큼 강원도 산에 대해 국민들이 부여하는 가치가 각별하다는 이야기다.자세히 들여다보면 강원도 산림이 제공하는 혜택은 다양하다.직접 소비되는 임산물에서부터 건강,관광자원으로서 숲이 시민에게 제공하는 선물은 가치가 남다르다.주민들은 주변에 있는 숲에서 산마늘(일명 명이나물),산양삼,송이 채취 또는 재배로 농가당 매년 수백만원 소득을 올린다.산에서 자라는 산나물,산약초는 재배되는 작물보다 향기와 효능이 우수하여 도시 소비자들에게 인기이다.산림청은 마을주변 국유림을 주민에 오픈하여 소득창출 토록 하고,주민들은 자율적으로 산림을 보호하고 있다.

영동지역 특히,강릉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대관령 소나무 숲을 방문하기를 권한다.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에는 도시보다 기온이 낮은 숲은 편안한 쉼터이다.산림복지진흥원에서 금년 봄부터 운영하고 있는 대관령 숲은 영동 지역을 대표하는 산림치유 공간이다.1919년 종자를 직접 살포하여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그루가 자라 숲을 이룬 곳이다.수도권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인제 자작나무숲과 같이 스트레스에 찌든 방문객들에게 힐링 기회를 제공하는 녹색 랜드마크이다.

강원남부 폐광지역의 산림 또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은 삼척,태백,정선,영월을 잇는 264km의 숲길을 ‘명품 하늘숲길’로 새롭게 디자인을 하고 있다.2020년까지 조성될 명품 숲길은 국내 최고(最高)의 고산지대이자 백두대간의 명산들을 잇는 숲길이 될 것이다.백두대간의 우수한 경관을 방문객에게 제공하면서 슬로우 무빙(slow moving)하는 생태관광으로 주민소득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무엇보다 숲을 보물산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은 재해와 무분별한 훼손으로부터 숲을 지켜야 한다.주민들의 깨어있는 관심과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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