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중인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끈다.국방홍보원(원장 이붕우)이 최근 현역 장병 10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전역 후 ‘버킷 리스트’를 물었다.그 결과 1순위는 여행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전체의 절반이 넘는(52%) 응답자가 군 복무를 마치고 꼭 하고 싶은 일로 여행을 꼽았다는 얘기다.사생활이 엄격히 제한되는 병영생활에서 여행의 자유가 그만큼 그리웠을 것이다.

여행은 군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하루하루 큰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이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품게 되는 기본적인 욕망에 속한다.여행은 병영이나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여행 그 자체가 엄청난 충천의 기회가 된다.바로 이 때문에 여행의 정도가 한 사람의 인생의 내용을 결정한다고도 말한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누구와 여행을 하려는가 하는 점이다.여행을 희망하는 장병 가운데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고 한다.가족을 떠나 2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된 때문이라는 것이다.실제로 장병들은 이런 꿈만 꾸는 게 아니라 월급의 일부를 모아가면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과 기다려준 여자 친구를 위한 감사이벤트가 2위에 올랐다.이밖에 부모와 가족,친구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려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3~5위에는 연애·결혼하기(88명),취업 및 창업(73명),열심히 공부하기(58명)가 그 뒤를 이었다.모든 응답에서 가족과 친구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고 병영생활 중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에서 장병들의 의식을 엿보게 된다.

소수이긴 하지만 재 입대 하겠다는 응답도 나왔다.그동안 신세대 장병들이 병영생활에 부적응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없지않았다.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장병들의 의식이 건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부모에 대한 효심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야말로 국방의 의무를 완수해야 하는 군인정신의 기본이라 하겠다.이것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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