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이산가족 마지막 희망
1세대 대부분 80세 이상 고령
지난 2007년 대비 1958명 줄어
“죽기전에 가족 만날수 있기를”

▲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제안한 17일 대한적십자사 도지사에서 직원들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서영
▲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제안한 17일 대한적십자사 도지사에서 직원들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서영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식이 됐는데,죽기 전 동생들이라도 볼수 있기를 바래야지…”

1·4후퇴 때 함경남도 흥원군에서 외할아버지의 목선을 타고 아버지,형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한 이상국(78·속초)씨는 정부가 17일 북한에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북한이 들어줄까”하면서도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춘천이 고향인 김필순(77·여·강릉)씨는 한국 전쟁 당시 춘천을 점령한 북한군이 오빠(김수창·당시 21세)를 강제로 징집해 여자인 김씨 혼자 남겨졌다.김씨는 “오빠가 죽었다면 위령제라도 지낼텐데 답답한 심정이다.더 늙어 거동이 불편하기 전에 하루빨리 만나 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정부가 이날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제안하자 분단지역인 강원도의 이산 1세대들이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이산가족 전원 상봉’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조기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했던 1세대와 가족들은 바램과 달리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이 이어지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산1세대는 대부분 80세 이상 고령으로 도내에서는 매년 평균 120여명이 세상을 떠 상봉 신청자가 갈수록 줄어 1세대 실향민들이 북녘의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촉박해지고 있다.17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도내 이산가족 상봉신청자는 3603명으로 2007년(5561명)과 비교해 1958명이 줄었다.올들어서만도 지난 4월보다 2개월새 39명이 감소했다.상봉 대상자 자격은 사망할 때까지 유지된다.

황해도 송화군 하리면 출신 김경순(88·영월)씨는 “북한이 자꾸 미사일을 쏴 살아 생전 만날 수 있을 까 걱정이다.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번에 북한이 (제안을)받아들여서 동생들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정부의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1차례 진행하고 중단됐다가 2000년 재개돼 2015년 10월(2만3334명 상봉)을 끝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돼 상봉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 호·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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