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정순   원주시의원
▲ 용정순
원주시의원
원주에서 시내버스가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노사협상의 결렬로 파업을 예고했던 태창운수 노동조합이 결국 지난 17일 오전 5시를 기해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동신운수 노사분규가 가까스로 타결돼 위기를 넘긴지 20여일만이다.이번 태창운수 노사갈등도 잘 해결 될 거라고 기대했다.법정관리 상태라는 특수한 회사 상황을 고려해 노동조합에서 모든 것을 양보하고,미적립한 퇴직적립금 중 일부만이라도 적립하는 것으로 새벽녘 가까스로 타결했다.그런데 공증을 요청하는 노조 측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결국 파업으로 치닫게 됐다한다.

얼마 전 광역시외버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7중 추돌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내·시외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지난 2월 여객운수사업법이 개정돼 버스 운전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1회 운행 종료 후 최소 10분,2시간 이상 운행 시 15분 이상,4시간 이상 운행 시 30분 이상 중간 휴식시간이 보장돼야 하고 당일 마지막 운행 종료 시점부터 다음날 첫 운행까지 최소 8시간의 휴식시간이 있어야 한다.그러나 짧은 휴식시간 조차 세차,정비하고 가스 넣고 하다보면 화장실을 가거나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실제 근로시간은 17시간에 이른다.일부구간의 경우 1시간20분 거리를 1시간 5분 만에 다니도록 배차를 하니 신호위반,과속,조기출발,무정차를 밥 먹듯 할 수 밖에 없다.

배차간격을 조정해야 버스기사들에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고 그래야 안전운전이 가능해지고 이용하는 시민들의 만족도도 올라갈 수 있다.그런데 왜 배차간격 조정은 어려운 것일까?배차간격이 빠듯해지는건 버스노선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시민들이 우리 동네,우리 집 앞에까지 버스를 오게 해 달라고 하니 민원에 과도하게 민감한 시에서는 기존 노선을 자꾸 조정하게 되고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빠른 버스가 돼 버렸다.버스 회사가 증차를 통해 노선개편을 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인데 그렇잖아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로서는 쉬운 방법이 아니다.운수업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해 원주시가 좀 더 많은 지원을 통해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면 좋지만 잦은 버스운수업체의 비리와 부패는 보조금 지원에 대한 시민적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실제 운수업체의 경영상태에 대한 비공개는 경영난에 대한 공감 또한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기회에 원주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문제 전반에 대한 진단과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올해 ‘원주시 대중교통 이용 촉진 및 편의 증진 조례’를 제정한 것도 그런 고민의 반영이다.시내버스 문제는 어느 한쪽의 책임도 어느 누구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운수종사자,운수업체,원주시,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학생,시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방안을 만들 일이다.그것이 버스가 멈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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