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재은   한림대 교수
▲ 석재은
한림대 교수
얼마 전 아이 학교의 급식지도 봉사를 간 적이 있다.급식 노동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아이들의 식사 후 잔반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음식냄새에 비위가 상하기도 했지만,내가 놀랐던 것은 극심한 소음이었다.철제 식판과 국그릇을 빠르게 처리하며 내는 소리가 생각보다 매우 컸다.그러면서 이 일을 매일 하는 분들은 청력이 괜찮을까 하는 조금은 엉뚱한 걱정이 들었었다.단위시간에 처리하는 일의 강도도 매우 높았다.열과 싸우며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음식재료를 손질하고 쌓이는 식판을 번쩍 들어 옮기고 세척을 하는 일은 상당한 근력을 필요로 해보였다.

한 국회의원이 급식노동자에 대해 ‘그냥 동네 밥하는 아줌마’라고 폄하하며 여기에 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까지 싸잡아서 폄하하는 발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폄하된 노동의 공통점은 일자리 진입장벽이 낮아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 하는 노동인데 정규직화가 웬말인가 하는 논지였다.지금 이러한 막말에 상처받은 당사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고,양식있는 많은 사람들도 크게 동조하며 분노하고 있다.그런데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현실은 이러한 막말이 그 국회의원만의 비상식적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상당수 사람들이 평소에 이러한 막말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그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아닐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념들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며 성찰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급식노동,돌봄노동,가사노동 등은 여성들이 주로 담지해온 여성노동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왔다. 이들 노동의 내용을 분석해보면,결코 단순 직무이거나 아무나 잘할 수 있는 노동이 아니다.돌봄노동의 경우에도 매우 복합적인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언어적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능숙해야 하며,신체적 돌봄지식과 기술을 가져야 하고 식사준비,집안정리 및 청소 등 가사 일 처리에도 능숙해야 한다.거기에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가치의 수호자로서 직업적 사명감도 요구된다.

실질적인 노동의 숙련도 및 노동 강도와 관계없이 여성노동이 평가절하되어 온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하나는 여성이 가정 내에서 무급으로 수행해 왔던 가사 및 돌봄 노동의 연장선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가부장제 젠더분업 체제하에서 남성은 시장에서 생산노동을 하며 가족생계 부양을 위해 돈을 벌고,여성은 가정에서 무급으로 가사 및 돌봄의 재생산노동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여성노동이 폄하되어 온 두 번째 이유는 여성을 주생계부양자가 아니라 부차적 노동자라는 프레임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여성도 주생계부양자이다.그러나 여전히 부차적 노동자로서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프레임에서는 여성의 일에 대한 시장가치를 저평가하고 안정적 고용보장에 대한 니즈도 간과하는 경향이 강하다.여성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와 사회적 인정 없이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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