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종   철원군수
▲ 이현종
철원군수
북한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웃기나 하듯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김정은 정권 이후 날로 더해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 만 아니라,공공연히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1년 5개월째 폐쇄된 개성공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막대한 피해와 2008년 이후 9년째 중단 중인 금강산 관광 역시 접경지역의 경제를 침체시키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의 30%를 접하고 있는 철원의 경우에도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필자는 지난 4~5일 독일 통일이전 동서독 접경지역에서 ‘이전 동서독 접경지역의 과거와 현재’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독포럼에 참가했다.동서독 접경지역 자치단체장과 의원 등을 만났다.특히 과거 통일 이전 서독과 동독지역에 속해 있었으나 통일 이후 분단의 흔적을 치유하고 서로 화합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보고 접경지역 군수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독일 튀링겐주 가이자에 위치한 포인트 알파.이곳은 동서독의 경계로 서독에 주둔했던 미군캠프가 있던 곳이다.동서독이 경쟁이나 하듯 높게 서서 서로 상대국을 감시하던 감시탑 2곳과 일부 보존돼 있는 철의 장막이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후손들에게 자유와 통일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고 있는 배움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이다.넓고 푸른 초원과 구릉지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서는 더이상 통일 이전 국경 1480km에 걸쳐져 있던 철조망의 비극과 아픔을 느낄 수 없다.포인트 알파는 마치 철원군 생창리 DMZ 생태평화공원과 유사했다.평화와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구 동독지역이었던 튀링겐 주 바르부르크 크라이스 군과 접해있는 헤르스펠트-로텐부르크는 분단과 더불어 화해를 경험했다는 측면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로텐부르크는 구 동독 접경지역인 바르부르크 크라이스 군과 함께 공동대학과 기업을 유치했다.로텐부르크에 헤센주 최대의 심장병원과 비료공장,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 등 3개의 대형 기업이 생겨나면서 2005년 13.5%로 높았던 실업률이 10년 사이 8%p나 떨어졌다.통일의 결실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이들의 성공에는 협력과 상생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접경지역에 위치해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며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철원군도 헤르스펠트-로텐부르크의 성공적인 경험과 정책을 공유하기 위해 상호 실질적인 교류를 해 나가기로 협의했다.청소년합창단의 교류와 체육 행사 개최, 독일 문화와 언어 교육 등 문화와 예술, 교육 등의 분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평화는 흔들림 없는 원칙으로 지켜나가야 한다.철원군도 독일의 접경지가 주는 교훈에 따라 ‘협력’과 ‘상생’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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