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주체 불분명한 ‘올림픽 공약집’ 대회준비 내내 발목
17개 항목 240여개 답변 구성
정부, 경기장외 비용부담 외면
기타 예산 고스란히 지역으로

▲ 평창 알펜시아 전경
▲ 평창 알펜시아 전경
2011년 1월 IOC에 비드파일을 제출할 시기가 임박하자 2018평창올림픽유치위는 몸이 달았다.정부가 책임져야할 내용들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비드파일 제출이 임박한 2010년말,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유치위관계자간에 1시간 넘는 설전이 유선 상으로 이어졌다.문체부 입장에서는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정부는 막대한 대회비용을 부담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경기장 이외의 비용은 자치단체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특히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정할 수 없었다.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경했다.당시 유치위관계자는 “한시간 넘는 설전이 계속됐지만 정부와 유치위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결국 정부쪽 관계자가 울면서 읍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여졌다”고 기억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가 IOC에 제출한 비드파일은 개최지역이 국제사회에 제시한 일종의 공약집이다.그 내용에는 조직위 구성 인원을 포함해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내용이 망라돼 있다.요약하면 대회시설과 개최에 필요한 시설,그리고 진입로를 포함한 교통망으로 요약된다.그 외에도 대회에 필요한 거의 모든 내용이 17개 항목에 걸쳐 240여개가 넘는 답변으로 채워져있다.

유치위는 그 비드파일을 만들기 위해 정부기관을 포함해 120여개 기관의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그 동의에 필요한 보증서만 230여장이 넘었다.당시 유치위가 전방위적으로 보증서를 받기 위해 나섰지만 원주∼강릉전철의 복선전철화를 포함해 개폐회식장을 비롯한 올림픽프라자,IPC와 MPC와 같은 방송,보도관련시설들은 비드파일에 주체와 비용부담 등을 명확하게 담지 못했다.그 부담은 결국 자치단체의 몫으로 떨어졌다.급한 것은 민자유치로 돌렸지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보증을 해 주지 않았다.

더욱이 유치위는 경기장의 콤팩트화를 주장하면서 빙상관련시설을 모두 강릉에 집중시켰다.동계올림픽 개최장소가 30분 이내에 위치하도록 장소를 배정한 것이다.비드파일은 알펜시아 클러스터와 강릉클러스터가 33km(25분 거리)정도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중봉은 알펜시아에서 47km,보광 피닉스 파크는 46km 떨어져 있어 완벽하게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건설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알펜시아 지역에는 스키점프,바이에슬론,크로스컨트리,노르딕 콤바인,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이 강릉클러스터에서는 컬링,피겨 스케이팅,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아이스하키경기가 치러지도록 했다.유치위는 “지난 두 번의 유치 과정에서 모든 대회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콤팩트한 콘셉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IOC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콤팩트한 구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유치위가 작성한 비드파일은 정작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당장 막대한 경기장 비용은 물론 그 이외 비용에 대해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최근 대두되고 있는 알펜시아 시설 무상사용을 둘러싼 강원개발공사와 조직위의 대립도 그 중 하나다.강원도는 비드파일 9.9조에서 “All venues owned by public authorities to be used for the 2018 Winter Games will be provided by to POCOG at no cost(2018동계올림픽을 위해 쓰이는 공공 소유의 모든 경기장은 평창조직위에 무상으로 제공된다)”라고 보증했다.이에 대해 비드파일에 정리된 public authorities(공공부문)에 강원개발공사가 포함되냐 아니냐를 놓고 강개공과 조직위가 법적 다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갈등은 용어를 둘러싼 양 기관의 자존심 싸움처럼 보이지만 단순하게 해석 상의 문제로 귀속되지는 않는다.당시 유치위 관계자는 “보증서를 작성하면서 보광이나 용평같은 기업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며 “그러나 강원도 산하기관인 강개공은 당장 유치해야하는 절박한 과제로 인해 모든 것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강개공이 모든 것이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사용료 문제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비드파일 내용은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대회준비과정 내내 발목을 잡았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주와의 분산개최 건이었다.비용절감과 올림픽운동확산을 이유로 원주시는 유치 직후 분산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원주출신인 구자열 도의원은 2014년12월 IOC가 공식적으로 분산개최를 거론하자 본회의 발언을 통해 “2년 전 도청 앞에서 삭발의 의지를 보이며 원주시민 3분의 1인 11만 명의 서명부를 지사님께 직접 전달했지만 비드파일에 명시돼 있어 안된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강원도 전역에 올림픽 열기 확산, 아이스하키1경기장의 이축예산 600

억원 절감,숙박시설 해결 등은 결국 무산됐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처럼 총론에서 합의된 올림픽운동은 각론으로 들어가자 이해충돌과 갈등양상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송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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