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며칠전,별로 유쾌하지 않은 댓글이 달렸습니다.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을 소개한 블로그 글에 한 네티즌이 “기대가 컸는데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 등이 실망스러워 도중에 돌아왔다”는 글을 남겼더군요.한줄 댓글이었기 때문에 무엇이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습니다.편의시설을 거론한 것으로 보아 밀려드는 탐방객들 사이에서 주차난 등으로 고생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미루어 짐작할 따름입니다.‘뭐 그럴 수도 있었겠거니’ 하고 넘기려는데,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불만 댓글의 대상이 최근 강릉시의 ‘대박’ 상품으로 급부상한 ‘바다부채길’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더 오래갑니다.그래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를 뒤져 부채길에 대해 실망이나 불만을 피력한 글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탐방로 폭을 10㎝만 더 넓혔어도 오가는데 불편이 덜했을텐데”,“편의시설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기대 만큼 실망도 큰법.두번은 아니고 한번 정도는 가 볼만 한 곳” 등의 부정적 표현이 일부 눈에 들어왔습니다.물론 그런 글은 압도적으로 많은 칭찬 글에 비하면 ‘옥의 티’ 수준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반응만 놓고 본다면 바다부채길은 ‘찬사’에 익숙해진 명소입니다.편의시설 보강 후 지난 6월에 어른 기준 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 유료로 전환했음에도 변함없이 구름인파가 몰려드니 자치단체 관광개발의 성공 모델이라고 할만 합니다.바다부채길의 인기는 희소 가치가 높은 자연 경관과 그곳에 길을 내겠다는 강릉시의 의지,스토리를 입힌 홍보 등의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무섭게 입소문을 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곳’으로 불리는 국내 최장길이의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 지대에 편도 2.86㎞ 탐방로를 내는 일은 악전고투,난공사의 연속이었습니다.육지로는 접근 방법이 없어 모든 물자는 바지선을 이용해 바다로 수송하고,인부들의 등짐 수고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해방 이후 군(軍) 부대의 경계 순찰로로만 사용되던 전인미답,처녀지라는 매력까지 더해져 안 보고는 못 배기는 대박 명소가 됐습니다.지난달에는 주한 중국대사 일행이 너무 많은 인파 때문에 탐방을 포기하는 일까지 있었더군요.이거야말로 즐겁기 이를데없는 비명이죠.

인터넷에는 오늘도 찬사가 쏟아집니다.그러나 이제 막 베일을 벗은 부채길의 맨 얼굴에 냉정한 평가가 더해지는데는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앞으로 타 지역의 바닷가 탐방로와 경쟁 또한 심화될 겁니다.그래서 지금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찬사 보다는 ‘쓴소리’ 입니다.탐방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적극적으로 살피고 수렴해야 스테디셀러 명소로 오래 갈 수 있습니다.가만히보니 부채길 몽돌해변에 어느새 수많은 돌탑이 등장했네요.탐방객들이 손수 쌓아올린 볼거리 입니다.끝내 파도에 무너질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참여하고,추억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한 네티즌은 “이제 입장료를 종잣돈 삼아 정동진 해변까지 길이 이어지도록 해달라”는 후기를 남겼더군요.부채길을 정동진 해변까지 500여m를 더 연장해 미완의 부챗살이 완전히 펼쳐지도록 해 달라는 겁니다.쓴소리를 곱씹으면서 부채길이 완성되는 그림을 그려보노라니 댓글 때문에 찌푸려졌던 뒷맛이 이제서야 개운해 집니다.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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