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석남 작가
대한민국 여성 미술계의 대모
이상원미술관서 개인 전시회
대표작 어시장 등 9월24일까지

▲ 윤석남 작가가 춘천 이상원미술관에 전시된 설치미술 ‘그린 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석남 작가가 춘천 이상원미술관에 전시된 설치미술 ‘그린 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최초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미술계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여성주의 미술의 산증인.대한민국 여성 미술계의 대모.

이 모든게 윤석남(78) 작가에게 붙는 일반적인 수식어들이다.최근 화천과 맞닿은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 소재한 이상원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 윤 작가는 여든을 앞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적인 삶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이번 개인전에서는 춘천의 자연에 영감을 받아 2013년 설치작품 ‘그린 룸’을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한지 3000여장을 이용해 완성된 ‘그린 룸’은 미술관 창 밖의 풍경과 어우러져 9월 24일까지 전시된다.그의 대표작 ‘1,025:사람과 사람 없이’ ‘어시장’ 등도 전시장 곳곳에 설치돼 ‘윤석남’이라는 작가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나를 설득할 수 있는 표현창구를 찾았어요.가장 편안하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여성’이었죠.”

윤석남 작가는 시작부터 남달랐다.미술공부를 해본 적 없던 평범한 주부였던 윤 작가는 삶의 돌파구를 찾고자 서예를 시작했고 4년 후 우연히 만난 친구 후배를 따라 유화도구에 한달치 생활비를 쏟아부었다.스케치를 배우기 위해 주부미술교실에 나갔지만 이조차 적성에 맞지 않아 한달여만에 그만뒀다.윤 작가는 살고 있던 아파트 방을 터 작업실을 만들고 친정 어머니를 모델로 세웠다.그렇게 어머니를 화폭에 담길 3년,서울 미술회관에서 첫번째 개인전 ‘윤석남’전을 열었다.통상적인 여성예술가들이 주부로서의 인생을 사느라 화단에서 잊혀가는 나이 40대,반대로 윤석남 작가는 40세의 나이에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여성주의라는 생소한 문제로 작업했던 작가로는 거의 유일했죠.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받는 억압과 모순을 예술의 힘으로 발언하고 싶었어요.”

그는 지난 1986년 한국최초의 여성주의 전시로 평가 받는 ‘시월모임’의 ‘반에서 하나로’전을 통해 여성주의 미술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이후 여성주의를 연구하고 페미니즘 문화잡지 ‘이프(IF)’를 창간하는 등 페미니스트 문화운동과 미술을 넘나들며 여성주의의 지평을 확장했다.윤 작가는 여성의 역할이 규정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상처받은 자아와 여성의 내재된 가능성에 집중한다.그 결과 그녀의 작품은 모성을 중심으로 점철돼 어머니,본인,허난설헌,바리데기 등으로 표현됐다.1996년 여성 최초로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고 현재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작업실로 출근해 다소 거친 작업들을 무리없이 계속하고 있다.윤 작가는 “이상원 미술관의 전시회 제안을 받고 춘천을 찾았는데 내 스스로 힐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강원도와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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