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인이 피카소에게 자신의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몇차례 거절하다 결국 손수건에 뭔가 그려준 후 피카소는 그림값으로 5만 달러를 청구했다.당황한 그녀가 ‘겨우 5분 밖에 안걸렸잖아요’라고 항변하자 피카소는 ‘아닙니다.이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의 세월이 걸렸습니다’라고 응대했다.그녀가 지불해야 하는 것은 5분 시간이 아니라 피카소의 전문성이라고 책 걸음마 텃치다운은 말한다.

전문가는 난해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자율적인 권한이 주어진다.그리고 암암리에 윤리적 책임감이 강요된다.또 다른 전문가 요건으로는 장기간의 학습량 자격증 등등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업무능력이다.의사 법조인이 대표적인 전문가이다.우리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일에서 내리는 판단과 결정에 승복한다.그들이 판단할 때 동원하는 이성적 식견은 오랜 기간의 노력과 연륜에 의해 습득된,무게있는 것임을 믿는 까닭이다.

1991년 LA에서 ‘두순자’사건이 일어났다.가게주인 두순자가 쥬스를 훔친 흑인소녀를 총을 쏴 죽인 사건이다.흑인소녀가 욕을 하면서 덤벼 살해의 위협을 느꼈다며 두순자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근데 그 죽은 흑인소녀가 평소 모범생이었다 전해지자 흑인사회는 오버대응이라며 동요했다.그러나 판사는 두순자가 재범 우려가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언했다.“만약 법관이 흑인들의 동요를 고려한 ‘정치적판결’을 내렸다면 그것은 법정의 양심을 깬 판례로 회자되었을 것이다”라고 금태섭변호사는 책 지식 프라임에서 말한다.그의 말은 법조인의 양심이라는 것은 범죄혐의 사실만 놓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지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판결하는 것이 아님을 함의한다.

삼성재판과 박 전대통령 재판 선고에 대한 관심이 높다.국정농단 재판의 정죄는 법에 그리고 그를 적용하는 법관에 오롯이 일임되었다.죄의 유무가, 형량의 적고 큼이 자신의 생각과 안 맞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재판장을 매도하거나 폄훼해서는 안된다.4,50회 가깝게 증인 심문을 듣고 전문적 식견으로 내린 법적 판단이니 준비가 철저했던 판결이라는 믿음으로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성숙하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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