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송재   변호사
▲ 임송재
변호사
새 정부 들어 첫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세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소위 ‘부자 증세’로 고소득층의 소득세와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상해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이러한 ‘부자 증세’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국민의 80% 가까이가 찬성하고 있어 별다른 조세 저항 없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러한 부자 증세를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는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법적으로 ‘조세 정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나 규정이 없다. 다만 ‘조세 정의’가 세법에 어떤 이념을 담아야 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대체적으로 ‘효율’과 ‘공평’이라는 이념을 담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효율’이라 함은 세수를 걷기 위한 비용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즉,일반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세금을 적게 내는 방향으로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등 의사결정이 왜곡되므로 세금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인 비용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공평’이라 함은 세금의 부담은 누구나 공평해야 한다는 것으로 담세력이 클수록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효율’이나 ‘공평’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세 정의’를 바로세웠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우선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효율’의 측면에서 볼 때 경제적인 비용을 많이 증대시킨다. 소득세나 법인세가 인상되면 인상되는 구간에 있는 사람은 경제 활동을 줄이거나 소득을 감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인상된 세금을 소비자나 근로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도 높아진다.‘공평’의 측면에서 볼 때 담세력은 소득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소비,재산 등을 모두 의미하는데 소득에만 세금을 높게 부과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가난해지고,자산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부유해지게 된다.그렇게 되면 경제 주체는 열심히 일을 하여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사들여 돈을 벌려고 할 것이고,상대적으로 근로자의 근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세법 개정안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한정해 세율을 인상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인상과 재산세,소비세 인상이 균형을 맞추었어야 한다.따라서 향후 ‘조세 정의’ 차원에서 증세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소득세를 인상시키는 만큼 재산세도 함께 인상시켜야 한다.조세라는 것이 어차피 필요한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걷을까 하는 기술적인 문제라지만 그 속에 조금이라도 ‘정의’라는 이념을 담고자 한다면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인상하는 만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효율’이나 ‘공평’의 관점에서 더 정의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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