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소주를 마셔 온 지도 어언 50년을 넘어섰다.마신 소주병만 모아도 11톤 트럭 한차가 훨씬 넘으리라.내 내장은 쇠보다 훨씬 더 튼튼하다.아마 쇠로 만들어졌다면 벌써 삭아 없어졌을 것이다.한창 젊었을 때 마시던 소주는 30도나 25도였는데 요즘은 20도도 안 돼 식당에 가기만 하면 뚜껑 빨간 소주부터 찾게 된다.하지만 가물에 콩 나듯 한다.그것만이 20.1%기 때문이다.맛이 훨씬 좋다, 구쁘다.왜 영업집에선 이를 취급하지 못하게 했을까? 알코올도수가 낮아야 싱거워 더 많이 마시기 때문에 주세가 올라가서? 국민 건강을 염려해서? 지구촌에 알코올도수를 갖고 규제를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왜 주당들의 기호를 이리 막는단 말인가?

소주를 화학주로 알고 있는 이도 있다.소주는 곡물에다 누룩을 섞어 발효시켜서 증류하여 빚기 때문에 화학주가 아니다.막걸리,맥주,약주,청주나 와인 같은 발효주는 오래되면 변질이 되어 유통기한이 있다.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으면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소주의 경우,이리 보면 20도가 안 되는 것만을 음식점에서 취급하게 하는 것은 유통기간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술도 마시고 즐기려는 음식이다.아무 음식이나 과하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틀림이 없다. 술에 취하면, 그런 건 까맣게 잊고 서로 권 크니 자 크니, 하게 되고 만다.얼큰하게 취해 보는 이런 낙도 없으면, 50년 넘게 공성이 난 소주 즐기기,늘그막에 무슨 재미로 살아간다는 말인가,모주망태가 아닌 이상.

뒷귀, 덩둘하다고? 빙충맞다고 해도 할 수 없다.또 곱살낀다. “곰살궂은 친구야,그 잔 들게.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네.”

황장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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