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네이버 검색창에서 ‘이끼폭포’를 치면 블로그,카페,뉴스 이미지 등 어느 곳이든 첫 머리에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가 등장하고 있다. 전국 여러 곳에 이끼폭포가 있음에도 무건리의 이끼폭포가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순전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덕분이다. 옥자는 하마와 돼지의 유전자를 배합한 슈퍼돼지인데 보는 사람은 누구라도 안아주고 싶은 사랑스런 캐릭터이다. 옥자 만큼이나 깜찍한 산골 소녀 미자는 옥자의 친구이자 보호자로서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옥자’는 6월 29일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플렛폼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는 제한적이지만 극장에서도 개봉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극장체인을 제외한 전국 90여 개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8월 중순까지도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속에서 옥자와 미자가 뛰어노는 공간은 태고적 자연을 고이 간직한 첩첩산중이다. 삼척시 도계읍의 진산인 육백산(해발 1,244m) 줄기가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만들고, 울창한 황장목 숲과 신비한 형상의 고사목들이 계곡을 감싸고 있다. 이 계곡의 중간 지점에 옥자가 물고기를 잡고 물놀이하던 이끼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이끼폭포는 상,하 이단으로 구성되었다. 상단의 폭포는 하단의 상부에서 3미터 정도 산 쪽으로 깊이 자리하여 처음 보면 하단의 폭포만 시야에 들어온다. 큰 바위 양쪽으로 폭포수가 떨어지고, 오른쪽 폭포수가 초록의 이끼를 잔뜩 품고 흘러 계곡물까지 초록빛으로 만들고 있다. 그 풍경에 한번 경탄하고, 왼쪽의 계단으로 상단에 올라가면 아하, 여기가 바로 신선들이 노니는 선계(仙界)이런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평창 장전리, 영월 천평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이끼폭포로 불린다.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오래 전부터 사진작가와 산악인은 물론이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일반인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그런 만큼 이끼가 훼손되고 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실제로 이끼를 뜯어가거나 단체 사진촬영을 위해 마구 이끼를 짓밟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삼척시에서는 지난 해 5월부터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이끼폭포 12㎞ 구간에 생태탐방로 공사를 진행했다. 나무데크와 전망대를 조성하여 이끼 훼손을 최소화하고, 화장실,주차장 이정표 등 편의시설도 확충하여 9월부터 일반에 개방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옥자’의 인기로 보아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몰려올지도 모른다.

이끼폭포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이므로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야만 옥자와 미자의 행복을 맛볼 수 있고, 이끼폭포의 숨 막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이제 곧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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