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차린 식탁은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집 주변의 곤충과 벌레를 잡아먹고 자란 토종닭과 그 닭이 낳은 유정란은 담백하고 고소했으며,호박 가지무침은 자연의 맛을 살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유전자변형 식재료와 농약에 버무려진 채소,설탕에 절은 인스턴트식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거칠고 투박하지만 싱싱한 식재료가 그의 삶을 잘 대변한다.그는 “자연(텃밭)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채소를 갉아먹는 벌레를 일일이 잡아야 하는 수고로움 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양주 양계농장에 이어 철원에서도 살충제(피프로닐)이 섞인 계란이 출하돼 소비자들이 불안에 떤다.‘살충제 계란’이 식탁에 오른 것이다.비록 잔류농약 최고치가 50g 달걀 하나에 0.0018㎎ 수준으로 미약하지만 우리 식생활에서 계란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극소량으로 인체에 비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해도 피프로닐은 식용 가축에 사용할 수 없는 금지된 살충제다.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상식 밖이다.중국에선 가짜 계란이 유통됐을 정도로 계란의 쓰임새가 크지 않던가.
가난했던 시절,계란은 부와 사랑의 상징이었다.도시락 한 가운데 해바라기처럼 피어나 눈물겹고 가슴 찡한 사연을 만들었던 계란프라이.기차여행과 소풍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계란은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었다.그 시절 어느 누가 ‘살충제 계란’을 상상했을까.사랑과 정성,추억의 이름으로 함께했던 계란의 이미지가 뭉그러져 안타깝다.누군가 묻고 답한다.“삶은?계란!”이라고.계란의 존재가치를 역설적으로 비유한 개그로 들린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