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꿈은 소박하다.조그만 텃밭에 상추와 오이,가지,부추,완두콩,파 따위를 심고 가꾸며 자연에서 사는 삶!닭과 오리 토끼도 그의 전원생활 목록에 포함된다.몇년을 벼르던 그가 지난해 아파트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둥지를 틀었다.20평 남짓한 단층 건물에 50여 평의 텃밭이 딸린 곳이 그의 새 보금자리.주말에 방문한 그의 집은 모든게 풍성했다.텃밭엔 10여 가지가 넘는 야채가 싱싱했고,닭과 오리는 한데 어울려 야생을 즐겼다.농약과 살충제를 쓰지 않으니 집주변은 곤충과 잡초 천지.그런데도 그는 짜증내거나 조바심내지 않았다.오직 자연의 건강함을 누릴 뿐.

그가 차린 식탁은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집 주변의 곤충과 벌레를 잡아먹고 자란 토종닭과 그 닭이 낳은 유정란은 담백하고 고소했으며,호박 가지무침은 자연의 맛을 살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유전자변형 식재료와 농약에 버무려진 채소,설탕에 절은 인스턴트식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거칠고 투박하지만 싱싱한 식재료가 그의 삶을 잘 대변한다.그는 “자연(텃밭)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채소를 갉아먹는 벌레를 일일이 잡아야 하는 수고로움 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양주 양계농장에 이어 철원에서도 살충제(피프로닐)이 섞인 계란이 출하돼 소비자들이 불안에 떤다.‘살충제 계란’이 식탁에 오른 것이다.비록 잔류농약 최고치가 50g 달걀 하나에 0.0018㎎ 수준으로 미약하지만 우리 식생활에서 계란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극소량으로 인체에 비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해도 피프로닐은 식용 가축에 사용할 수 없는 금지된 살충제다.그런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상식 밖이다.중국에선 가짜 계란이 유통됐을 정도로 계란의 쓰임새가 크지 않던가.

가난했던 시절,계란은 부와 사랑의 상징이었다.도시락 한 가운데 해바라기처럼 피어나 눈물겹고 가슴 찡한 사연을 만들었던 계란프라이.기차여행과 소풍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계란은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었다.그 시절 어느 누가 ‘살충제 계란’을 상상했을까.사랑과 정성,추억의 이름으로 함께했던 계란의 이미지가 뭉그러져 안타깝다.누군가 묻고 답한다.“삶은?계란!”이라고.계란의 존재가치를 역설적으로 비유한 개그로 들린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