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을 넘어섰다.정치권에서 내놓은 논평을 보노라면 또 과거를 답습하듯이 동업자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여당에서는 칭찬 일색이요,제1야당에서는 낙제점이라고 한다.그나마 지난 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한 분이 개인적인 공간에 올린 글은 자신의 주장을 잘 소개하셨지만 워낙 자화자찬 또는 무조건 반대와 같은 논평이 흔하다 보니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게 반성하는 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보겠다고 정치에 뛰어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일반인들보다는 뭔가 나은 분들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입문을 하기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일이 되고,나라를 살리는 일은 후순위로 밀리는 듯하니 국민들의 눈에는 ‘정치인’이라는 직업군의 이미지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게 비칠 뿐이다.국민들이 정치인에게 전해 준 권리는 나를 대신하여 정치를 잘 하라고 전해 준 것이지 나를 대신하여 정치를 제멋대로 하라고 전해 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최근에 재판에 등장하는 분들이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바보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니 법적으로는 죄를 묻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아무것도 몰랐다면 최소한 급여와 연금이라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잠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기회를 잡은 어떤 분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을 썼다.섭섭해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해서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시켜야 할 일인데 그 분은 여러 말씀을 하기는 했지만 결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억울하다고만 했을 뿐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지는 못했다.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 여당에서는 그냥 넘어가려 하고 야당에서는 자신이 여당이었던 시절의 태도는 어디론가 던져 버리고 ‘참사’와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써 가며 시비를 걸려고 한다.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이 있은 직후 대한민국 건국이 언제인가에 대해 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매스컴을 통해 혼란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학계를 통해 의견을 모은 후 그 내용을 국민들을 이해시켜야 할 일인데 그런 노력은 내팽개치고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워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피곤함을 느낄 뿐이다.편가르기는 이제 그만하고 상대편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정치의 목적은 정권을 잡는 것이라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추락함은 당연한 일이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면서도 극단을 걷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출연자의 과거행적을 보면 큰 말싸움이 붙을 듯하기도 한데 심한 논쟁이 벌어지는 듯하다가도 어느 새 상대방의 입장을 일부라도 이해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로 생각된다.“대변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와 같이 말바꾸기를 하려면 대변인직을 맡지 않는 게 옳다.선명한 게 능사가 아니다.일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정치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대화와 타협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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