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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격차와 농촌 주민의 사회적 배제

김정섭 2017년 08월 22일 화요일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에서는 초등학교 교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1.8대 1이었는데 강원도나 충청남도에서는 0.5대 1로 미달이었다고 한다.또 다른 예로 농촌에서 인구가 적어 유지되기 힘든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의료 서비스를 들 수 있다.군에 입대하는 대신 농촌에서 일정 기간 의사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제도가 있어서 농촌 보건소가 유지되는 셈인데 앞으로는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의학전문대학원에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이 입학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교사 혹은 의사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소명의식 부족’을 나무랄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장사가 안 되니까,혹은 살기에 불편하니까 안 오는 것이다.농촌에도 장사가 되는 시장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가령,장례식장 같은 게 있다.전국에서 영업 중인 장례식장은 1100여 개에 달하는데 그 중 414개가 농촌 읍면에 있다.2013년 이후부터는 해마다 30개씩 생겨났는데 주로 농촌 지역에서 생겨났다.

악순환 구조가 문제다.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농촌 지역에서 각종 서비스 시장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이는 다시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공급 위축과 삶의 질 여건 악화를 조장해 인구 감소를 더욱 촉진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즉,시장 실패의 메커니즘이 수십 년 견고하게 작동한 결과,도시에는 사람과 물자가 집적되는 반면 농촌은 해체됐다.이처럼 시장 실패가 일어날 때,국가는 정책으로 개입할 명분을 얻는다.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 중 하나다.그런데 농촌 주민 삶의 질 문제에 관한 한 정부 개입이 충분했다고 평가받기는 어려울 듯하다.시장도 없어지고,국가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면 공동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농촌 공동체는 중병을 앓고 있다.그 결과,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가 농촌에서 늘어났다.

한 사회 구성원들이 재화나 서비스에 접근하는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를 두고 ‘사회적 배제’라고 한다.그렇게 본다면 현재 농촌은 사회적 배제가 만연한 장소일 뿐이다.어린이 및 청소년 학생의 통학 거리가 멀어지는 문제나 상점,보육시설,병의원 등 생활 서비스 제공 창구가 감소하는 것은 농촌 주민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의 대표적인 사례다.게다가 노인 독거가구 증가, 조손가구 증가, 다문화가구 구성원의 사회적 고립,외국인 이주 노동자 증가,귀농·귀촌 인구 증가 등의 요인에 의해 인구학적 구성이 변화하면서 농촌 지역사회 내부에서 사회적 배제 문제가 심화되기도 한다.한국에서 농촌은 도농 격차로 표현되는 외부적 사회적 배제와 지역사회 내부의 사회적 상호작용 밀도 감소 때문에 발생하는 내부적 사회적 배제에 동시 노출돼 있다.즉,농촌은 이중적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는 장소이다.

요즘 들어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지만 수십 년 지속된 이촌향도(移村向都) 흐름이 누적돼 형성된 구조적 문제를 손쉽게 해소할 방도는 없다.‘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20대 국정전략 중 하나로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이 제시된 것은 도농 격차 문제의 심각함을 방증할 뿐이다.문제가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에는 내용이 빈약하다.그 안에 포함된 네 개의 국정과제 자체는 중요하겠지만 100대 국정과제 중에 4개 과제만으로는 표방한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쯤은 금세 알 수 있다.정책을 기획한 이들이 게을렀다거나 무능한 나머지 이 문제를 등한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수십 년 심화된 도농 격차와 농촌 안팎의 사회적 배제가 너무 익숙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그랬을 것이라는 혐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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