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
▲ 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융합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전통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산업 융합이 요구된다.이런 산업융합은 기술·제품·콘텐츠·서비스가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추세이다.그 대표적 사례로는 제품끼리 융합된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다양한 휴대장치의 기능을 합쳐놓은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거둔 성공은 산업 융합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애플의 성공 신화는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융합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인문학적 상상력을 정보기술에 접목한 스티븐 잡스의 융합적 사고가 애플 제품의 세계시장 석권을 일구어낸 원동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의 융합적 사고는 복잡한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협동연구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깨우쳐 준 사건이다.더구나 인류가 당면한 여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기술적 지식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지식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절감하게 만들었다.이에 대하여 하버드대학교의 사회생물학자 윌슨은 “매일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쟁점들 중 대부분-예컨대 인종 갈등,무기 경쟁,인구 과잉,낙태,환경,가난-등은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이 통합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학문의 경계를 드나드는 것만이 실제 세계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결국 궁극적으로는 자연과학·공학만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의 학제 간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2500년 전에 쓰인 논어를 통해 이 시대를 헤쳐 나가는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더라도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나 사상은 바뀌지 않는다.스티브 잡스 역시 “소크라테스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다.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다”이라고 거듭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으며,빌 게이츠도 어렸을 때 고전 탐독에 심취한 것이 MS社를 낳게 된 동기라고 규정했다. 구글,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인문학을 중시해 임원(CCO) 등 인재 채용이나 직원들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민주적이고 따듯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인문학적인 가치관과 사고가 필요하다.0과 1의 숫자로 표현되는 디지털을 다루는 IT분야도 마찬가지다.IT화가 진행될수록 인문학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그것은 사람이 다루는 기기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인문학적 감각이 필요하고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로 인해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하고 인간의 감성을 가미한 제품을 만들었던 것처럼 딱딱한 기계에 인간의 감성을 불어넣어야 한다.따뜻함이 배어나는 디지털 기기,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더 나아가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도구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그러므로 인문학은 창의적인 사고의 원천이며 기기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인간다운 디지털 세계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미래사회는 인간-기계-가상-현실의 각 차원에서 서로 융합된 기술들이 공간과 간극,관계에 상관없이 연결되고 확대되며,좁아질 것이다.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므로 인문사회가 인문학적 감각으로 블루 슈머와 미래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여러 기술들의 융합산업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므로 인문학적 역량은 유망기술에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며,그 인문학적 역량이 바탕이 된 미래의 변화를 우리들은 이쯤에서 미리 예측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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