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업   횡성문화원장
▲ 박순업
횡성문화원장
숲이 우거지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들리는 산자락의 농촌 마을은 어쩐지 정겹다.

도시에서 꿈을 이루고 생활전선에서 숨 가쁜 세월을 보냈지만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어 귀농을 위해, 꿈에 그리는 전원생활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귀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들은 농촌의 삶이 힘들어서, 농사일을 대물림시키기 싫어서 교육열로 부모님이 도시에 보냈던 당사자들이거나 화전민의 후예인지도 모른다. 이들과 현지인들은 생활방식의 차이, 문화적 경제적 차이로 이질감이 있지만 도시인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륜 그리고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과 상생과 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 농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농사를 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힘든 것만큼 대가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 폭염경보에도 일을 해야 하지만 자연재해, 각종 병해충해로 생산비도 못 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생전 보지도 못했던 미국 선녀벌레가 녹색식물을 엄습하여 농사를 망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부2세들은 고된 농사일을 기피, 다른 일을 찾아 도시로 떠났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것은 작금의 농촌의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농촌 마을마다 자리 잡았던 학교가 폐교되었고, 읍내학교를 제외한 남아있는 농촌학교들도 출생율 저조로 취학아동이 없어 잠재적 폐교 대상학교로 얼마나 버틸지 위기상황이다.

고령의 어르신들은 현대사의 산 증인이며 최빈국에서 역경을 딛고 오늘의 풍요를 있게 한 주인공들이라 대접받아 마땅하나 세월 속에 떠밀려 소외되고 있다. 농촌마을의 세시풍속, 생애 주기의 통과의례, 항일운동, 6·25사변, 보릿고개의 삶, 화전민생활사 등에 대해 보고, 듣고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후세에 역사의 교훈으로 전할 것들이 많은 세대이다. 그러나 남은 생애가 많지 않아 이 분들의 녹취, 증언등 민속·향토사 발굴 보전이 시급하다.그 짐은 젊은이들이 넘겨받아 농업정책 당국이 강조하는 융·복합 농업, 생산, 가공, 유통, 판매를 함께하는 6차 농업, 자동화와 IT등을 적용한 스마트팜으로 농업시설을 제어하는 경쟁력을 갖춘 농촌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령화 된 농업인 구성원으로는 이런 일들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농촌이 가진 자의 전원생활이나 노인들이 노후를 보내는 장소, 그리고 자기 가족의 자급자족만이 아니라 안전한 도시민의 먹거리도 풍성하게 생산되는 농촌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보릿고개 악조건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근면성을 이어 받고 창조성을 더한 젊은 활력이 넘쳐야 첨단 농법, 6차 농업 실현도 가능할 것이다.젊은 사람이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농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기택의 오래 전 히트곡 고향무정 끝 소절인 “산골짜기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있네”와 같은 망가지는 농촌이 아니라 소득을 높여 동경하는 마음의 고향 농촌에서 모두가 질 높은 문화를 누리고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미래가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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