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육아휴직
육아 희망 남성 직장인 증가세
휴직 수당·인사 불이익 등 우려
정책 마련·사회 인식 개선 필수

▲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육아휴직을 내고 양육에 직접 나서는 ‘육아 대디’가 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최근 육아휴직한 임성신,백휘동,이승화씨가 각자의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
▲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육아휴직을 내고 양육에 직접 나서는 ‘육아 대디’가 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최근 육아휴직한 임성신,백휘동,이승화씨가 각자의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직업 특성상 야간근무가 많은 임성신(36·동해경찰서 경사)씨.그는 지난달부터 6개월간의 육아휴직에 들어갔다.임씨의 직장에서 육아휴직은 흔치 않은 경우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임씨는 “일하다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어색해하는 두 자녀를 보며 더 늦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다.아이들이 이제야 아빠를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어 “워킹맘인 아내가 일과 육아,집안일을 병행하며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육아휴직을 낸 백휘동(32·강원랜드 객실팀)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제한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 덕분에 휴직계를 내고 아이를 돌봤다”며 “휴직을 통해 가정에서 행복과 안정감을 얻어 일의 능률도 올랐다”고 말한다.그는 “육아휴직은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진 사내 분위기와 지원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부부공동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수년 전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 ‘워킹 맘 육아 대디’ 등 아빠 육아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아빠 스스로가 ‘육아 대디(Daddy)’를 꿈꾸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최근에는 대통령까지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설 정도로 아빠들의 육아휴직 활용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그러나 이 같은 인식 전환과 달리 사내 분위기와 불이익,경력 단절 등에 대한 우려로 육아 참여를 보장하는 대표 정책인 ‘육아휴직’은 여전히 대다수 남성직장인에게는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기본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육아휴직 급여도 육아휴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11살 아들부터 2살 딸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 이승화(40·춘천시립합창단원)씨는 지난 6월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를 돕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갔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이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너무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아무리 아껴도 현재 정책에 따른 육아휴직 수당은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차라리 기간을 줄이더라도 수당을 현실화하는 게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도내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도 “육아휴직하는 남성 동료는 본 적이 없고 다들 그런 정책이 있어도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워 꿈도 못 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육아 대디’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 확대와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 장려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외국에서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육아휴직 사용을 실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롯데그룹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양원석 인구보건복지협회 도지회 본부장은 “이젠 육아를 ‘도와주는 아빠’가 아니라 ‘함께하는 아빠’가 될 수 있도록 개인은 물론 기업,사회의 적극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중소기업 종사자,비정규직,자영업자 등 모든 남성 근로자의 육아 참여 보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유란 cyr@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