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페에서 꽃피다
공연장·전시장·서점·작업실 역할 거뜬
열린 공간 문화 수요층 확대·발전 기대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진다.한 손엔 커피를 들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즐긴다.어떤 이들은 피아노 옆 책장에 걸터앉아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또 다른 현장.가죽 냄새가 물씬 풍긴다.가죽 공예 작품이 곳곳에 전시된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손길이 분주하다.사람들 너머로 전시 중인 사진 작품도 눈에 띈다.공연장이자 전시장이며 서점이자 예술 작업실인 이곳은 ‘카페’다.

카페가 문화를 입었다.카페가 단순히 다과를 즐기는 장소에서 공연을 만끽하는 공연장이자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으로,나아가 책을 읽고 사는 서점과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업실로 역할이 확대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누구나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카페가 문화를 품기 시작하며 시민 누구나 손쉽게 예술을 접하고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문화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카페가 ‘일상 속 예술’ 실현을 선도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 문화카페
▲ 문화카페
>> 공연·전시 공간으로 활짝

카페에서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1990년대 초부터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갤러리카페와 라이브카페는 점점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 최근에는 소규모 카페에서도 정기적인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원주 명륜동의 문화카페 ‘이상한 나라’도 그 중 하나다.이곳은 매 계절 정기적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비정기적인 공연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공연 장르도 가수를 초청한 콘서트부터 피아노,성악,가야금,오카리나 공연까지 일반 공연장 못지않게 다채롭다.문화예술인을 초청한 토크 콘서트와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1000여 권의 책을 카페에 비치해 독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강릉의 한옥 갤러리카페 ‘교동899’는 뜨개질 소품부터 캘리그라피,사진,유리공예 등 전문 작가들은 물론 카페를 찾는 솜씨 있는 손님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춘천 삼천동의 갤러리카페 ‘그다방’는 앤디 워홀,권진규 등 예술가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며 춘천 후평동의 ‘블룸 인 커피’는 오는 25,26일에도 인문학 힐링 콘서트가 열리는 등 지역 내 문화 행사 개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홍정원 문화공작소 낭만 대표는 “일반 공연장이나 문화관보다 편안한 분위기와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에서 공연할 때 관객 수가 4~5배 정도 많아 2014년부터 카페에서 지속적으로 문화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 가죽공방카페
▲ 가죽공방카페
>> 예술 작업실로 변신

문화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예술 작업실로 변모하는 카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강릉 교동의 ‘아트카페1’은 손님이 직접 팝아트를 그리고 인형을 만들 수 있는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춘천 우두동의 가죽공방 카페 ‘인더드림’에서는 가죽 소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것은 물론 가죽 공예를 배우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또 이곳은 지역 내 작가들을 초대해 사진전과 회화전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이 외에도 원주의 퀼트 카페 ‘다인’,춘천의 캘리그라피 공방 카페 ‘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업실과 결합된 카페가 도내 곳곳에 자리 잡으며 시민이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예술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민경은 ‘인더드림’ 대표는 “손님이 휴식은 물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기획한 카페”라며 “요즘 카페가 굉장히 많은데 가죽 공예 작업과 전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카페만의 특색이 돼 호응이 좋다.공연을 여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 갤러리 카페
▲ 갤러리 카페
>> 서점,카페에서 부활을 꿈꾸다

온라인 서점에 밀려 점점 설 곳을 잃어가던 오프라인 서점도 카페와 결합한 ‘북카페’ 형태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최근 춘천에는 독립서점 겸 카페 ‘책방마실’과 ‘굿라이프’가 자리 잡았다.이곳은 지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카페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 모임과 강연,공연 등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특히 2-30대 젊은 손님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운영자 입장에서도 카페와 서점 공간을 합치면 한정된 독립 출판물 수요 고객층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이수희(26·춘천시)씨는 “독립 출판물과 책,커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독립서점 카페가 요즘 눈에 띄게 늘었다”며 “독서 모임과 공연 등 다양한 활동도 열려 더욱 반갑다”고 덧붙였다.

반다경 오픈더아트 대표는 “수도권에 치중돼 있던 문화 카페가 도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미술관이나 공연장 같은 부담스러운 공간이 아닌 카페라는 일상의 익숙한 공간에서 시민이 손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카페의 확산은 문화 수요층 확대는 물론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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