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우리가 국가에 대해 가지는 태도는 상당히 양가적이다.국가를 별로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기대가 크다.2015년 세계갤럽조사에 따르면,한국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도는 OECD 회원 34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2015년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율 역시 25.3%로 OECD 회원국 중 29위이다.GDP 대비 사회보장지출 비율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그럼에도 국민들의 복지(well-being)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그 간극의 실망감은 국민의 몫이다.게다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친지나 친구 등 사회적지지망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조차 OECD 회원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이다.한국 사회가 국가나 개인적 지인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각박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할 데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국가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자원배분(資源配分)에 관여하는 것이다.국가는 대체로 스스로 자원을 창출하지는 않는다.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조세 등을 통해 자원을 양도받아 집행한다.자원을 양도받기 위해서는 자원의 용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다면 정당화 작업이 한결 쉽겠지만,신뢰가 낮은 경우에는 정당화 작업도 어렵고 결과적으로 위임받아 사용할 자원의 양도 제약될 수밖에 없다.국가는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부득이하게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자원 확보의 책임을 미래로 넘기기도 한다.미래에 생산성 증가 전망이 밝다면 미래로 부담을 넘기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인구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새 정부에서 복지정책의 개혁 비전과 함께 정책꾸러미를 풀고 있다.복지정책의 질적인 도약은 국가가 집행할 수 있는 상당한 자원을 필요로 한다.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을 기쁘게 할 선물꾸러미만 얘기하고 필요한 비용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얘기하지 않고 있다.정부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가족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멋지게 돈을 마련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가장(家長)의 모습을 꿈꾸지만,가족들 모르게 빚을 지고 가슴앓이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잠시 기쁨을 줄지 몰라도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오히려 자녀들에게 빚을 안겨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그러니 정부는 투명(透明)한 솔직함이 필요하다.주권자(主權者)인 국민과 한국사회 공동체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그리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국민으로부터 기꺼이 양도받아야 한다.자원을 양도해야 하는 사람들과 양도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상이함으로 나타나는 상호 불통과 반목에 대해 국가는 상호소통과 이해의 본드(bond)로 붙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서로 멀어지는 양극화속에서도 서로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호의존적인 공동운명체(共同運命體)라는 사실의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그것이 정부의 정치력(政治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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